AI로 예보의 판 바꾼다…한국형 '나우알파', 전 세계 주목

| 연합뉴스

전통적으로 물리 법칙에 기반한 예보가 중심이었던 기상 분야에 인공지능(AI)의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한국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초단기 강수 예보 모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은 올해 5월부터 인공지능 기반 초단기 예보 모델 '나우알파'를 현업에 도입했다. 이 모델은 과거 기상 레이더 관측영상 수천만 시간을 학습해 6시간 이내의 강수 예보를 10분 단위로 제공할 수 있다. 예보 정교화가 어려운 '2~5시간 후'의 강수량 예측에서 기존 모델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초단기 예보는 폭우 같은 재난 상황에서 인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데, 세계기상기구(WMO)도 이를 '마지막 방어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기반에는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의 그래프캐스트나 화웨이의 팡구웨더, 엔비디아의 포캐스트넷 등 AI 기상예보 모델들이 기존의 최고 수치예보모델과 비교해 동등하거나 더 나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여주면서 기존 기상 모델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수치예보모델이 복잡한 물리 방정식을 계산하는 방식이었다면, AI 모델은 대량의 기상 데이터를 학습해 직접적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국내 연구진은 영상 생성 AI 기술을 접목한 방식으로 성능 향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나우알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영상 생성 모델인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플랫폼을 활용해 예측 영상의 선명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코스모스는 본래 자율주행차나 로봇 개발에 활용되는 기술이었으나 이를 기상 작품에 적용한 것은 처음으로, 엔비디아조차도 이에 대해 놀라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국립기상과학원은 동아시아 지역에 최적화된 중기 예측 모델, 즉 14일 이상을 예측할 수 있는 AI 기반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2029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하며, 향후 다양한 용도의 기후·환경 예측 플랫폼으로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상 정보는 재난 대응뿐만 아니라 농업, 수자원, 에너지 관리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필수인 만큼 외국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이유다.

다만, 현재 한국의 AI 기상모델 개발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관련 업무에 투입된 인력은 15명에 불과하고,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정부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수천 장의 GPU를 활용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자원 격차가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예보 모델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술로 인식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한국이 개발한 AI 모델이 개발도상국에 기상예보 기술을 보급하면서 ‘기후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협력의 기회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