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기술 기업 스트라이프(Stripe)가 암호화폐 지갑 인프라 스타트업 프리비(Privy)를 인수하면서 블록체인 기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인수는 구체적인 거래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트라이프가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자산과 자체 결제 인프라 간 통합을 꾸준히 시도해온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다.
프리비는 2021년 설립돼 이메일, SMS, 혹은 소셜 로그인과 같은 익숙한 방식으로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애플리케이션에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발자 중심의 인프라 솔루션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가입 시 자동으로 생성되는 사용자의 셀프 커스터디 지갑과, 보안성과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기 위해 적용된 비밀 분산 저장 기술(Shamir’s Secret Sharing)은 업계에서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중요한 점은 지갑의 개인 키를 애플리케이션도, 프리비도 완전히 소유하지 않는다는 보안 구조다.
프리비의 API를 활용하면 개발자는 지갑 생성과 키 관리, 온체인 트랜잭션 서명, 가스 비용 추상화, 그리고 온체인 이벤트 처리까지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아울러 프리비는 거래 한도 설정, 허용 목록, 다중 서명, 다중 인증 등 보안 및 정책 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오픈시(OpenSea)처럼 NFT 거래에 프리비의 지갑 기능을 채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리비의 공동 창업자 앙리 스턴(Henri Stern)은 이번 인수 관련 발표에서 “프리비는 복잡한 암호화폐 경험을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즉각적으로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며 “하나의 API로 온체인 시스템과 안전하게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전했다. 현재 프리비는 1,000개 이상의 개발팀이 활용 중이며, 7,500만 개 이상의 계정을 운용하고 수십억 달러 상당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스트라이프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다양한 앱과 플랫폼에 자체 블록체인 기반 결제 기능을 더 강력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는 지난 2월 핀테크 스타트업 브리지 벤처스(Bridge Ventures)를 인수한 데 이은 연속적인 전략 행보다. 당시 스트라이프가 약 1억 1,000만 달러(약 1,584억 원)에 브리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프리비 인수는 금액이 비공개로 유지됐다.
프리비는 인수 직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약 4,130만 달러(약 594억 원)를 투자 유치한 바 있으며, 리빗 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 코인베이스(COIN), 일렉트릭 캐피털, 파라다임, 블루야드 등 다수의 유력 투자자가 참여했다.
최근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인프라를 주요 전략 거점으로 삼는 가운데, 스트라이프의 행보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사용자 소유의 디지털 지갑과 강화된 보안을 내세운 프리비의 인프라는 향후 스트라이프의 글로벌 결제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전략자산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