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역사적 붕괴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FTX와 쓰리애로우캐피탈(3AC)의 법적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FTX가 3AC의 15억 3,000만 달러(약 2조 1,267억 원) 규모의 채권 요구를 정면 반박하며 소송전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델라웨어 법원에 제출된 공식 문서에서 FTX 측은 3AC의 청구가 '비논리적이며 근거 없다'며 전면 기각을 요청했다. FTX는 3AC가 2022년 하반기 암호화폐 시장 하락기에 무리한 레버리지 매매를 감행했고, 이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손실이 FTX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3AC는 FTX 측이 2022년 6월 12일 기준으로 15억 3,00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임의로 청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FTX는 실제 잔고는 10억 2,000만 달러(약 1조 4,178억 원)에 불과했으며, 여기에는 7억 3,300만 달러(약 1조 171억 원)의 부채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시세 급락과 3AC의 자체적인 출금 약 6,000만 달러(약 834억 원)를 감안하면, FTX에 남은 실질 자산은 2억 8,400만 달러(약 3,948억 원)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청산 과정의 정당성도 쟁점이다. FTX는 3AC의 자산 중 단 8,200만 달러(약 1,140억 원)만을 청산했으며, 이는 기존 신용계약과 마진 조건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변동성이 큰 암호자산을 법정화폐로 바꾸면서 3AC의 손실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에서 3AC는 다음 달 11일까지 반론을 제출해야 하며, 이에 대한 심리는 8월 12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3AC는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13억 달러(약 1조 8,070억 원)의 소송을 진행 중이며, FTX 역시 고객 자산 회수를 목표로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22년 암호화폐 시장 붕괴로 촉발된 연쇄 파산 사태의 후폭풍이 현재진행형임을 다시금 보여준다. 수조 원대 손실과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의 법적 대결은 향후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