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절차 중인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제네시스(Genesis)의 소송 서류가 최근 공개되며, 모회사 디지털 커런시 그룹(DCG)의 고위 경영진이 제네시스의 재정 부실과 법적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DCG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이클 크레인스(Michael Kraines)는 내부 메모를 통해 제네시스가 DCG의 ‘또 다른 실체(alter ego)’로 간주될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해당 메모는 당시 제네시스 최고경영자였던 마이클 모로(Michael Moro) 등 소수의 핵심 인사들과 공유됐으며, 향후 법적 책임에 대비한 가상 시나리오 분석, 즉 ‘워게임’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건에서 크레인스는 “제네시스가 스스로 무너진다면, 그 여파가 DCG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사들과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내 걱정이다”라고 기술했다. 이 진술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향후 제네시스 파산이 DCG의 법적 책임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대응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에서 제기된 기본 주장은 DCG가 제네시스를 사실상 직접 통제하며 독립적인 법인으로서의 경계를 훼손했다는 것으로, 이는 미국 법상 모회사의 책임을 묻는 핵심 논점 중 하나다. 내부 문건이 이 같은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함에 따라, 원고 측의 주장에 상당한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DCG와 제네시스는 지난해 FTX와 쓰리애로우캐피털(3AC) 붕괴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었으며, 이후 제네시스는 2023년 초 공식적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번 공개는 파산 이후 투자자, 채권자, 그리고 규제 당국이 제기한 책임 공방에서 핵심 자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