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5000억달러(약 708조5000억원) 넘는 제3자 자본을 끌어오는 금융 플랫폼을 추진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단순 장비가 아니라 담보와 수익을 낳는 인프라 자산으로 세우려는 시도다.
엔비디아는 8월 10일 아폴로(Apollo),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브룩필드(Brookfield),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KKR과 독립형 AI 컴퓨팅 금융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이번 제휴는 최종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다.
회사는 엔비디아 컴퓨트가 낮은 토큰 비용, 높은 수익성, 긴 사용 수명, CUDA 생태계를 갖춘 투자 가능 자산이라고 밝혔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들어가는 칩과 시스템을 금융권이 평가할 수 있는 장기 인프라로 묶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칩을 만들기 시작했고, 오늘은 생산적이고 투자 가능한 새 인프라 자산군인 AI 팩토리 형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자금 조달 구조의 설계자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AI 팩토리는 GPU,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을 처리하는 컴퓨팅 인프라를 뜻한다. 지금까지는 대형 기술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지만, 이번 구상은 금융기관 자본을 별도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설비 투자를 분산하는 구조에 가깝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이 구상을 노후 GPU의 가치 하락을 늦추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새 GPU가 계속 출시되면 기존 장비의 담보 가치가 낮아질 수 있는데, 장기 임대와 재판매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면 금융기관이 AI 데이터센터에 자금을 댈 근거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엔비디아 공식 발표에는 중고 GPU 가치 보전이나 구체적 보전 비율이 적히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황 CEO가 일부 거래와 관련해 잔존가치 지원 장치를 언급했고, 경우에 따라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25%까지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잔존가치는 장비를 사용한 뒤에도 남아 있는 경제적 가치를 말한다. 데이터센터 금융에서는 서버와 칩을 얼마나 오래 임대하거나 되팔 수 있는지가 대출 회수 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GPU의 경제적 수명은 이번 모델의 핵심 변수다.
한국 독자에게 닿는 지점은 AI 인프라 금융이 국내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공급망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엔비디아는 7월 24일 별도 발표에서 SK그룹(SK Group)과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AI 팩토리·차세대 메모리 협력 구상을 공개했다.
같은 날 네이버(NAVER)·브룩필드 협력 발표에는 네이버에 대한 엔비디아의 10억달러(약 1조4170억원) 투자 계획과 브룩필드의 최대 90억달러(약 12조7530억원) 조달 계획이 담겼다. 본지는 앞서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1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한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이 두 건은 8월 10일 발표된 5000억달러 금융 플랫폼과 별개다. SK그룹 건은 AI 팩토리와 메모리 공급 협력이고, 네이버 건은 세종 데이터센터 기반 AI 팩토리 확장 계획으로 계약 주체와 자금 구조가 다르다.
AI 인프라를 자본시장에 연결하는 흐름은 엔비디아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브로드컴(Broadcom), 아폴로, 블랙스톤은 6월 20GW 이상 글로벌 AI 배치를 위한 플랫폼을 발표했고, KKR도 비스트라(Vistra)와 100억달러(약 14조1700억원) 넘는 AI 인프라 회사를 출범시켰다.
구글도 자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금융을 연결하는 구조를 활용해 왔다. 본지는 앞서 구글이 438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리스 보증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마켓워치(MarketWatch)는 발표 이후 알파벳(Alphabet) 주가가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고, 일부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직접 금융 부담을 줄이고 CUDA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했다.
반대로 리스크는 잔존가치 산정에 있다. AI 수요가 약해지거나 신형 칩 교체 속도가 빨라지면 기존 GPU의 담보 가치는 낮아질 수 있고, 금융기관이 기대한 회수 구조도 흔들릴 수 있다.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범위는 5000억달러 이상 제3자 자본을 동원하기 위한 금융 플랫폼 추진과 6개 금융사와의 전략적 제휴다. 개별 플랫폼의 자금 배분, 집행 시점, 엔비디아의 실제 익스포저 한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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