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미국 주택담보대출 재융자 절차를 단축하면 14조 달러(약 1경9320조원) 규모 모기지 시장에서 재융자 활동이 2조1000억 달러(약 2898조원)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절차 비용과 시간 부담이 줄면 차주의 실행률이 높아지고, 모기지담보증권(MBS) 투자자에게는 조기상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리서치는 8월 7일 공개한 자료에서 모기지 금리가 5.5%까지 내려오는 상황을 전제로 이같이 추정했다. 같은 자료는 AI가 재융자 채택률을 기존 29% 수준에서 6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봤다.
근거로는 △대출 조건 모니터링 △서류 자동 생성 △신청 절차 단순화 △승인·클로징 속도 개선이 제시됐다. 지금까지는 금리 인하 효과가 있어도 차주가 대출사를 비교하고 소득과 자산을 증명하며 서류 심사와 클로징을 거쳐야 해 실제 실행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핵심은 차주의 행동 비용이다. 재융자는 기존 대출을 새 대출로 갈아타는 절차로, 금리가 충분히 낮아질 때 이자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통상 비용과 시간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금리 차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이 배코우(Jay Bacow) 모건스탠리 증권화상품 리서치 공동대표는 모건스탠리 팟캐스트에서 AI 에이전트가 최대 30개 대출사에 동시에 견적을 요청하고 문서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모기지 스프레드가 약 10bp 넓어질 수 있고, 100bp 금리 랠리 때 재융자 물량이 현재 예상보다 약 40%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사들은 이미 처리 속도를 앞세우고 있다. 베터 홈 앤드 파이낸스(Better Home & Finance)는 3월 5일 오픈AI(OpenAI)와 함께 챗GPT 안에서 작동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용결정 엔진을 발표했다.
베터 홈 앤드 파이낸스는 회사 자료에서 승인 시간이 최단 47초, 중앙값 2분 24초라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홀세일 모기지(United Wholesale Mortgage)는 볼트(BOLT)를 통해 초기 승인을 15분 안에 제공한다고 했고, 로켓 컴퍼니스(Rocket Companies·$RKT)는 2025년 2분기 실적 자료에서 디지털 재융자를 신청부터 금리 확정까지 30분 이내에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켓 컴퍼니스는 같은 실적 자료에서 AI·자동화와 관련 기술에 지난 6년간 5억 달러(약 69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도구가 재융자 후보를 더 빨리 찾고 고객 접촉을 효율화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환경은 아직 재융자 급증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프레디맥(Freddie Mac)의 8월 27일 주간 조사에서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66%, 15년 고정 금리는 5.98%였다. 모건스탠리의 2조1000억 달러 추정은 금리 5.5% 시나리오에 걸려 있다.
본지도 앞서 미국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재융자 평균금리가 6.764%로 집계돼 갈아타기 유인이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금리가 6%대 후반에 머무는 동안에는 재융자 기술이 빨라져도 차주가 실제로 움직일 유인은 제한될 수 있다.
채권 시장의 시선은 조기상환 위험에 쏠린다. 임팩스 애셋 매니지먼트(Impax Asset Management)는 7월 29일 분석에서 AI가 재융자 장벽을 낮추면 9조3000억 달러(약 1경2834조원) 규모 미국 agency MBS 시장에서 조기상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MBS는 주택담보대출을 묶어 만든 채권이다. 차주가 기존 대출을 빨리 갚으면 MBS 투자자가 예상했던 현금흐름과 투자 기간이 달라진다. 금리가 내려갈 때 재융자가 몰리면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금리 환경에서 자금을 다시 운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AI가 모든 MBS 구간에 같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임팩스 애셋 매니지먼트는 재융자 장벽이 낮아질수록 기존에 방어적이라고 여겨졌던 일부 대출 풀의 효용도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출 잔액, 차주 신용도, 지역 규제 등 조건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반론도 있다. KBW는 7월 12일 보고서에서 AI가 모기지 업계를 뒤엎기보다 대형 대출사의 효율성과 통합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반복 업무가 많고 규제가 강한 모기지 산업에서는 기술 예산, 고객 데이터, 자본을 가진 대형사가 더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논의는 미국 장기금리와 주택금융 시장을 보는 보조 지표가 된다. 모기지 금리와 MBS 스프레드는 미국 소비 여건, 장기채 수급, 금융주의 수익성 판단과 맞물려 움직인다. 다만 이번 재융자 기술 변화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등 크립토 자산 가격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별도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논의는 AI가 단순한 비용 절감 도구를 넘어 금리 하락기 차주의 움직임과 MBS 가격 산정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현재 확인된 수치는 모건스탠리 분석, 프레디맥 조사, 각사 발표 기준이며 실제 재융자 확대 폭은 금리, 차주 채택률, 대출사 시스템 도입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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