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의 토마스 프로브스트는 2026년 8월 26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가 채권시장과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급격한 재평가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BTC)은 6주간 이어진 박스권을 벗어나 7만5000~8만달러 구간으로 뛰었으며, 선물시장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흐름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디지털 자산 시장은 2026년 상반기 내내 부진했다. 1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로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약해졌고, 6월 초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보유분 일부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표적인 기관 투자 서사도 흔들렸다. 비트코인은 7월 초부터 약 6주 동안 6만2000~6만5000달러에서 횡보했고, 30일 롤링 변동성은 6월 말 38% 안팎에서 8월 중순 20% 아래로 내려갔다.
전환점은 미국 장기채 시장에서 나왔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여름 내내 상승해 8월 17일 5.30%를 소폭 웃돌았다. 장기 금리 급등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스콧 베선트가 이끄는 미국 재무부는 8월 19일 장기채 바이백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틀 만에 약 12bp 하락했다.

카이코 리서치의 토마스 프로브스트는 시장이 이번 조치를 정부가 자국 부채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개입한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통화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자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을 찾는 수요가 살아났다. 금 가격은 7월 말 약 4500달러에서 8월 24일 4600달러를 웃돌며 수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인덱스(DXY)는 약 99까지 하락했다.

비트코인의 초기 급등은 ‘숏 스퀴즈’ 성격이 강했다. 박스권 상단 돌파에 반대하는 포지션이 누적된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자 약세 투자자들이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되사야 했다. 이 매수가 추가 상승을 부르고 다시 청산을 유발하는 연쇄 반응으로 이어지면서 변동성은 며칠 만에 20% 아래에서 40% 부근까지 치솟았다.

단기 청산으로 출발한 랠리는 정치적 기대와 기관 자금 유입을 만나 추세로 확장됐다. 백악관 논의에는 여러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 경영진이 참여해 의회의 CLARITY Act 처리를 촉구했으며, 정부 차원의 비트코인 매입 가능성도 거론됐다. 동시에 현물 ETF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상승세가 단순한 파생상품시장 왜곡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비트코인은 7월 1일 이후 31.17% 상승해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SPX)의 2.41%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더리움(ETH)은 최근 2개월간 49.89%, 리플(XRP)은 37.97%, 솔라나(SOL)는 37.71% 올랐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주요 알트코인까지 동반 상승했다는 점에서 이번 재평가는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무기한 선물시장에서도 신규 위험 선호가 확인됐다. 일일 거래량은 재무부 발표 전 약 1000억달러에서 8월 21일 2640억달러로 급증했고, 미결제약정은 690억달러 아래에서 800억달러에 가까운 수준까지 확대됐다.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미결제약정이 줄지 않고 늘어난 것은 기존 포지션 청산을 넘어 새로운 자금이 시장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거래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미결제약정도 증가한 점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보다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흐름을 가를 변수는 통화정책과 규제 일정이다. 다음 주 금요일 잭슨홀에서 예정된 케빈 워시의 연설은 연방준비제도가 완화된 금융 여건을 용인할지 판단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9월 15일로 예정된 미국 상원의 CLARITY Act 절차 표결도 중요하다. 해당 표결은 법안의 최종 통과를 의미하지 않지만, 시장 구조 법안을 진전시키는 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된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이번 사례가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이 크립토 생태계 밖의 채권 금리, 달러 가치, 정책 결정에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장기채 바이백 발표 한 번으로 6주간의 박스권이 무너지고 변동성이 두 배로 확대된 데 이어 미결제약정과 ETF 자금 유입까지 지속됐다는 점은 시장이 이번 랠리를 일회성 왜곡보다 ‘새로운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