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다단계 2.0] ① 이름은 AI, 구조는 피라미드

| 탐사보도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를 겨냥한 코인 판매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상장 예정 코인”, “원금 보장”, “고수익 배당”이 전면에 섰다면, 최근에는 AI 자동매매, 노드 채굴, DAO 참여, 해외 거래소 레퍼럴, 생활형 멤버십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구조는 낯설지 않다. 돈을 넣는다. 사람을 데려온다. 등급이 올라간다. 하위 가입자의 투자금이나 거래액 일부가 보상으로 돌아온다. 포장지는 웹3지만, 작동 방식은 피라미드에 가깝다.

토큰포스트가 확보한 제보 자료에는 복수의 프로젝트·플랫폼명이 등장한다. 다만 본지는 1차 보도에서 해당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명칭은 오기, 사칭, 비공식 판매자료일 가능성이 있고, 공식 프로젝트와 국내 모집책의 행위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보도의 초점은 특정 프로젝트명이 아니다. 국내에서 반복되는 코인 다단계형 판매 구조다.

자료상 확인되는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다. AI 리딩형, 노드 분양형, DAO 등급형, 거래소 레퍼럴형, 생활 멤버십형이다. 분야는 달라도 현장에서 쓰이는 문법은 비슷하다. “AI가 매수·매도 시점을 알려준다”, “노드를 사면 매일 코인이 나온다”, “DAO에 참여하면 생태계 수익을 나눈다”, “해외 거래소에 가입하면 수수료를 돌려준다”, “지금 들어가면 싸고 나중엔 가격이 오른다”, “사람을 데려오면 추가 보상이 붙는다”는 식이다.

기술 설명보다 수익표가 먼저 나온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술 홍보가 아니다. 투자 모집이다.

이름 대신 구조를 봐야 한다

본지가 제보 자료와 국내 홍보물을 분석한 결과, 문제성 판매망은 대체로 같은 흐름을 보였다.

신규 투자자는 카카오톡방, 텔레그램방, 블로그, 유튜브, 오프라인 설명회를 통해 유입된다. 이후 국내 모집책은 프로젝트의 백서나 공식 홈페이지보다 수익표, 보상표, 가격 인상 일정, 추천인 코드를 먼저 제시한다. 결제는 USDT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유도되거나, 일부 경우 원화 대리입금·대리구매 방식으로 안내된다. 투자자는 토큰, 포인트, 노드, 채굴권, 멤버십 등 서로 다른 이름의 권리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 추가 보상을 받는 구조로 편입된다.

돈의 흐름을 단순화하면 이렇다.

신규 투자자 → USDT 또는 원화 입금 → 국내 모집책·추천코드 → 해외 플랫폼 또는 지갑 → 토큰·포인트·노드 지급 → 하위 가입자 모집 보상

이 구조에서 핵심은 프로젝트명이 아니다. 수익이 어디서 나오는가다. 실제 서비스 매출이나 네트워크 기여가 아니라 신규 가입자의 투자금과 거래액에서 보상이 나온다면, 그것은 블록체인 생태계가 아니라 다단계 판매망이다.

AI는 새로운 포장지다

최근 가장 자주 등장하는 포장은 AI다. AI가 시장을 분석한다는 설명은 투자자의 경계심을 낮춘다. 사람 리딩방은 의심스럽지만, AI가 판단한다고 하면 그럴듯해 보인다. “자동매매”, “시그널”, “카피트레이딩”, “기관형 알고리즘” 같은 표현도 함께 붙는다.

하지만 AI라는 단어가 투자 손실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AI 시그널이 틀리면 손실은 투자자의 몫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거래소 가입 링크, 수수료 페이백, 추천수당, 구독료 구조와 결합될 때다. 이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투자자의 수익보다 거래량과 가입자 증가에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즉 AI 리딩형 판매망의 본질은 “AI가 정확한가”보다 “투자자를 어떤 방식으로 유입하고, 그 과정에서 누가 수수료와 보상을 가져가는가”에 있다.

“지금 사면 오른다”, “매일 지급된다”, “노드를 사라.” 국내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AI·노드·거래소를 앞세운 신종 코인 판매망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 투자방에서 공유된 노드 구매 권유 자료.

노드도 분양 상품이 됐다

노드 판매 자체가 모두 문제인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노드는 거래 검증, 데이터 동기화, 네트워크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상적인 노드 운영이라면 서버 요건, 운영 조건, 업타임, 보상 산식, 페널티, 지갑 보안, 위험 고지가 중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판매 현장에서 확인되는 일부 노드형 홍보물은 다르다. 기술 요건보다 “몇 USDT를 넣으면 얼마를 받는다”, “매일 토큰이 지급된다”, “상장가 기준 몇 배 수익이 가능하다”, “가격 인상 전 구매해야 한다”, “추천인을 데려오면 추가 보상을 받는다”는 문구가 앞선다.

이 경우 질문은 간단하다. 투자자가 실제로 네트워크 노드를 운영하는가. 아니면 ‘노드’라는 이름을 붙인 토큰 배정권이나 수익권을 산 것인가.

토큰포스트는 앞선 탐사보도에서 노드 등급표, 투자금별 수익 한도, 추천인 보상, 하위 조직 실적 기준 보상 구조가 결합된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자료에는 투자 금액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추천인을 유치하면 보상이 지급되며, 하위 조직 실적에 따라 직급과 배당이 달라지는 구조가 포함돼 있었다. 이는 기술 개발보다 피라미드형 보상 구조가 전면에 나온 사례였다.

DAO와 커뮤니티도 예외가 아니다

DAO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DAO는 원래 탈중앙화된 조직 운영과 거버넌스를 뜻한다. 그러나 국내 판매 현장에서는 DAO가 “투자자 모임”, “등급제 커뮤니티”, “추천 보상 조직”의 다른 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정상적인 DAO라면 의사결정 구조, 투표권, 금고 관리, 제안 절차, 기여 보상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반면 문제성 DAO 판매망은 참여자의 실제 기여보다 구매 금액, 추천 실적, 팀 매출, 하위 회원 수를 강조한다. DAO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영업 조직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투표권보다 보상표가 먼저 나오면 의심해야 한다. 커뮤니티 기여보다 하위 가입자 유치가 더 중요하다면, 그것은 DAO가 아니라 피라미드에 가까운 판매망이다.

“팀 빌딩의 궁극적인 영광.” 국내 코인 판매망에서 유통 중인 한 프로젝트의 보상 구조 자료. 투자 규모별 등급과 차등 배당, 플랫폼 수익 배분 구조가 제시돼 있다.

해외 거래소 레퍼럴도 국내 영업망으로 변질

해외 거래소 레퍼럴도 또 다른 축이다. 거래소가 이용자 유치를 위해 추천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일반적인 마케팅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모집책이 이를 이용해 “가입하면 수익”, “거래하면 페이백”, “예치하면 고정 수익”, “하위 회원 거래액에 따라 수당”이라는 방식으로 홍보하면 성격은 달라진다.

특히 원화 입금, USDT 대리구매, 가입 대행, KYC 안내, 추천코드 배포, 수수료 리베이트를 조직적으로 수행한다면 단순 광고와 중개·알선의 경계가 흐려진다.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사례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매도·매수·교환 행위를 중개·알선·대행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경우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 단순 광고와 달리 계약 성립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면 알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당국도 오픈채팅·레퍼럴 영업을 경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텔레그램, 오픈채팅방, 유튜브, SNS 등에서 활동하는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FIU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가상자산 취급업자 중 신고된 사업자 외에는 불법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한국어 홈페이지 제공 여부, 원화결제 지원 여부, 한국인 고객 유치 이벤트와 마케팅 여부 등을 영업성 판단 요소로 제시했다.

또 FIU는 국내에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취급업자를 블로그나 SNS 등으로 홍보·알선하는 행위, 이른바 레퍼럴 영업도 주요 불법 유형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거래가 어려운 코인을 가치 상승 가능성으로 홍보하며 판매하거나, 매매 대금만 받고 코인을 지급하지 않는 피해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고는 이번 취재 대상과 맞물린다. 제보 자료에 등장하는 판매망은 상당수가 카카오톡방, 텔레그램방, 블로그, 오프라인 설명회를 통해 유입된다. 결제는 USDT 또는 대리구매 방식으로 안내되고, 일부 자료에는 추천보상과 등급별 혜택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정보 공유가 아니라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한 가상자산 영업 또는 알선인지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피해자는 왜 반복해서 지인망에서 나온다

이런 판매망은 공개 광고보다 지인망에 강하다. 보험설계사, 은퇴자 모임, 동문회, 교회, 지역 커뮤니티, 단체 카카오톡방을 통해 빠르게 퍼진다. 판매자는 기술보다 신뢰를 판다. “내가 해봤다”, “이미 지급받았다”, “상장 전 마지막 기회다”, “노후 연금처럼 매일 들어온다”는 식이다.

초기에는 일부 보상이 실제로 지급될 수 있다. 단체방에는 수익 인증이 올라오고, 설명회에서는 먼저 들어간 사람이 성공 사례로 소개된다. 이 장면이 뒤늦게 들어오는 투자자에게 가장 강력한 미끼가 된다.

그러나 신규 유입에 의존하는 구조라면 유입이 끊기는 순간 문제가 드러난다. 출금 지연, 환불 거부, 상장 연기, 지갑 점검, 시스템 업그레이드, 규제 이슈 같은 표현이 차례로 등장한다. 코인판에서 “점검 중”은 종종 “문 닫는 중”의 점잖은 표현이다.

토큰포스트가 앞서 보도한 유사수신 의혹 사례에서도 노인 대상 투자 모집, 매달 수익 배분 홍보, 직급별 수당 구조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보도는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이 노인 투자자와 지인망을 통해 확산되는 구조를 짚었다.

문제는 특정 코인이 아니라 반복되는 판매 문법

이번 취재의 핵심은 특정 프로젝트 하나를 지목해 “사기”라고 단정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게 접근하면 본질을 놓친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 반복되는 판매 문법이다.

첫째, 기술 설명보다 수익표가 앞선다.
둘째, 구매 금액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셋째, 추천인과 하위 회원 보상이 붙는다.
넷째, 상장 기대 수익이나 원금 회수 가능성을 강조한다.
다섯째, USDT·해외 지갑·대리구매로 자금 흐름이 불투명해진다.
여섯째, 카카오톡방·텔레그램·오프라인 설명회를 통해 지인망을 파고든다.

이 여섯 가지가 동시에 등장한다면, 그것은 평범한 웹3 서비스 홍보가 아니다. 최소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판매 구조다.

토큰포스트는 이번 연재를 통해 AI 리딩형, 노드 분양형, DAO 등급형, 거래소 레퍼럴형, 생활 멤버십형 판매망을 순차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각 프로젝트의 공식 사업 구조와 국내 판매 현장의 영업 방식이 일치하는지, 국내 모집책이 공식 승인된 주체인지, USDT 결제와 추천보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피해자가 이미 발생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명은 다를 수 있다. 포장은 계속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구조가 같다면 문제도 같다.

이름은 AI가 됐고, 겉모습은 웹3가 됐다. 그러나 돈을 넣고, 사람을 데려오고, 아래층 유입으로 위층 보상이 유지되는 구조라면 결론은 하나다. 마지막 층을 떠받치는 사람은 결국 투자자다.


다음 편 예고

[코인 다단계] ② “AI가 돈 벌어준다?” 자동매매·시그널 판매망의 그림자

2부에서는 프로젝트명을 공개하지 않고 AI 리딩형만 분리해 다루면 된다. 핵심은 “AI 정확도”가 아니라 거래소 가입 유도, 수수료 페이백, 추천수당, 손실 책임 회피 구조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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