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다단계 2.0] ② “AI가 돈 벌어준다?” 자동매매·시그널 판매망의 그림자

| 탐사보도팀

토큰포스트는 AI 자동매매·노드 판매·DAO·해외 거래소 레퍼럴 등으로 포장돼 국내 투자자를 유인하는 신종 코인 다단계형 판매 구조를 연속 추적한다. 본 연재의 관련 기사와 제보 안내는 토큰포스트 코인 다단계 토픽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주]

“AI가 알아서 매수·매도 시점을 잡아준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투자방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다. 과거 코인 리딩방이 특정 종목을 찍어주고 “상장 임박”, “세력 매집”, “몇 배 상승”을 외쳤다면, 최근에는 그 역할을 AI가 대신하고 있다. 이름은 더 세련돼졌다. AI 시그널, 자동매매, 카피트레이딩,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관형 매매 시스템. 그러나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익숙하다. 카카오톡방과 텔레그램방으로 사람을 모으고, 거래소 가입을 유도하고, 수수료 페이백과 추천 보상을 붙인다. 투자자는 “AI가 돈을 벌어준다”고 믿지만, 정작 돈을 버는 쪽은 투자자가 아니라 가입과 거래를 중개한 판매망일 수 있다.

토큰포스트가 확보한 제보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내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AI 자동매매와 시그널 서비스를 앞세운 가상자산 판매·모집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자료는 특정 해외 거래소 가입, 추천코드 입력, 거래량 증가, 구독료 납부, 하위 회원 모집 등을 함께 안내한다. 본지는 1차 보도와 마찬가지로 이번 기사에서도 개별 프로젝트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일부 명칭은 오기, 사칭, 비공식 판매자료일 가능성이 있고, 공식 서비스와 국내 모집책의 행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도의 초점은 특정 이름이 아니라 AI 리딩형 판매 구조다.

AI가 리딩방의 새 얼굴이 됐다

AI 리딩형 판매망은 대체로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된다. 무료 투자방에 초대한다. 운영자는 “AI가 분석한 시그널”이라며 특정 코인의 매수·매도 방향을 공유한다. 일부 성공 사례와 수익 인증이 올라온다. 이후 더 정확한 시그널, 자동매매 기능, 고급 회원방, 제휴 거래소 가입, 수수료 페이백, 추천인 보상으로 연결된다.

표면상으로는 투자 정보 서비스다. 그러나 구조를 뜯어보면 투자자의 수익보다 거래소 가입과 거래량 확대가 더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다. 운영자는 투자자가 수익을 내지 못해도 거래가 발생하면 수수료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하위 회원을 데려오면 추천 보상이 붙을 수도 있다. 결국 AI는 기술이라기보다 유입 장치가 된다.

이 구조의 핵심 문장은 “AI가 돈을 벌어준다”가 아니다. 정확히는 “AI라는 말이 투자자를 안심시킨다”다.

사람이 종목을 찍어주면 리딩방이다. AI가 찍어주면 플랫폼이 된다. 사람이 매매를 대신하면 불법성이 의심되지만, AI 봇이 자동으로 한다고 하면 기술 서비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결과는 같다. 손실이 나면 책임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AI는 고소당하지 않는다. 참 편리한 직원이다. 월급도 안 받고 책임도 안 진다.

무료방, 유료방, 거래소 가입으로 이어지는 흐름

제보 자료에서 확인되는 AI 리딩형 판매망은 대체로 네 단계로 움직인다.

첫째, 무료 콘텐츠로 신뢰를 만든다. “오늘의 AI 시그널”, “롱·숏 방향”, “급등 예측”, “승률 인증” 같은 자료가 올라온다. 둘째, 일부 수익 인증을 통해 더 큰 기대를 만든다. 셋째, 유료방·구독 서비스·자동매매 프로그램으로 전환한다. 넷째, 특정 거래소 가입 링크와 추천코드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운영자의 이해관계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AI 시그널 제공자가 거래소로부터 레퍼럴 수익을 받는지, 이용자 거래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지, 손실 거래에도 수익을 얻는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에게는 “수익을 내게 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사업자의 실제 매출은 이용자의 거래 횟수와 가입자 수에서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와 운영자의 이해관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투자자는 수익을 원하지만, 운영자는 거래량을 원한다. 투자자는 신중한 진입을 원하지만, 운영자는 잦은 매매를 원한다. 투자자는 손실을 줄이고 싶지만, 운영자는 시장이 흔들릴수록 “AI 시그널”을 더 많이 팔 수 있다.

‘승률 90%’보다 중요한 질문

AI 시그널 판매망은 자주 승률을 말한다. “승률 80%”, “누적 수익률 300%”, “백테스트 검증 완료” 같은 문구가 붙는다. 그러나 투자자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해당 수익률은 실계좌 기준인가. 손실 거래도 포함했는가. 수수료와 슬리피지를 반영했는가. 레버리지 청산 사례는 제외하지 않았는가. 특정 기간의 유리한 데이터만 골라 보여준 것은 아닌가. 운영자가 직접 거래한 지갑이나 거래소 계좌 내역이 검증됐는가. 무엇보다, 같은 시그널을 모든 회원이 동시에 따라 했을 때도 같은 수익률이 가능한가.

대부분의 홍보 자료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성공 화면은 크게 보여주고, 손실 화면은 작게 숨긴다. 수익 인증은 공유하지만 원장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다. “AI가 분석했다”는 말은 있지만, AI가 어떤 데이터로, 어떤 모델로, 어떤 위험 통제 기준에 따라 판단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AI라는 단어는 검증을 대체할 수 없다. 오히려 검증을 더 요구해야 한다. 사람이 틀릴 수 있듯 AI도 틀린다. 다만 사람은 틀렸다고 말이라도 하지만, AI는 조용히 다음 시그널을 낸다.

자동매매가 붙으면 법적 쟁점은 더 커진다

단순히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투자자의 계정에 연결해 자동으로 매매가 이뤄지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금융투자상품 영역에서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은 유사투자자문업의 업무범위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조언에 한정되며, 자동매매 방식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금융투자상품을 운용하는 것은 투자일임업에 해당한다고 본다. 가상자산이 모두 금융투자상품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매매와 일임성 서비스가 결합될 경우 규제 쟁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영역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특정 해외 거래소 가입을 알선하고, 추천코드를 배포하고, 원화 또는 USDT 결제를 지원하고, 거래를 유도한다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여부가 쟁점이 된다.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은 가상자산의 매도·매수·교환·이전·보관·관리, 또는 매도·매수·교환 행위를 중개·알선·대행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본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알선은 단순 광고와 달리 계약 성립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로 구분된다.

즉 AI 시그널 서비스라고 해서 자동으로 규제 밖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어디까지 관여하는지가 중요하다. 단순 정보 제공인지, 특정 거래소 가입을 실질적으로 중개하는지, 이용자 거래를 대행하거나 자동화하는지, 추천수당과 수수료 리베이트를 받는지 따져야 한다.

FIU가 경고한 ‘오픈채팅·레퍼럴 영업’과 맞닿아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텔레그램, 오픈채팅방, 유튜브, SNS 등에서 활동하는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FIU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가상자산 취급업자 중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된 사업자 외에는 불법 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성 판단에는 한국어 홈페이지 제공 여부, 원화결제 지원 여부, 한국인 고객 유치 이벤트와 마케팅 여부 등이 고려된다.

FIU가 제시한 주요 불법 유형에는 텔레그램·오픈채팅방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교환, 국내에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 취급업자를 블로그·SNS 등으로 홍보·알선하는 레퍼럴 행위가 포함돼 있다. FIU는 사실상 거래가 어려운 코인을 가치 상승 가능성으로 홍보하며 판매하거나 매매 대금만 받고 코인을 지급하지 않는 피해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리딩형 코인 판매망이 이 경고와 맞닿는 지점은 분명하다. 카카오톡방과 텔레그램방에서 투자자를 모은다. 특정 거래소 가입을 유도한다. USDT 결제를 안내한다. 레퍼럴 보상이나 수수료 페이백을 제시한다. 여기에 “AI가 돈을 벌어준다”는 문구가 붙는다. 형태는 기술 서비스지만, 실제 기능은 투자자 모집과 거래 알선일 수 있다.

리딩방의 오래된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AI 리딩형 판매망은 새롭지만, 위험 구조는 오래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텔레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금융 관련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핀플루언서가 증가하고 있으며, 불법 리딩방의 선행매매와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투자경력과 수익률을 과장해 회원을 유치한 뒤, 종목 소개 직전 선매수하고 추천 후 매수세가 유입되면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도 제시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유사한 위험은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세조종 혐의자에 대한 첫 정식 조사·고발 사례를 공개하면서, 특정 가상자산을 먼저 매수한 뒤 반복적인 시장가 매수 주문으로 가격과 거래량을 끌어올리고, 가격 상승 후 전량 매도하는 방식의 초단기 시세조종 혐의를 설명했다. 당국은 거래량과 가격이 급등하는 가상자산을 추종매수할 경우 예고 없이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리딩형 판매망은 이 위험을 더 흐릿하게 만든다. 운영자는 “내가 찍어준 것이 아니라 AI가 분석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래소 가입은 “편의를 위한 안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수료 페이백은 “혜택”이라고 포장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때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면, 그 말들은 모두 방패막이에 가깝다.

투자자에게 팔리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확신이다

AI 시그널 판매망이 파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확신이다.

투자자는 시장을 모른다. 차트는 어렵고, 변동성은 크고, 손실은 두렵다. 이때 누군가 “AI가 대신 판단한다”고 말하면 불안이 줄어든다. “초보자도 가능하다”, “자동으로 수익이 난다”, “기관형 알고리즘이다”, “검증된 시그널이다”라는 말은 투자자에게 판단을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투자는 판단을 멈추는 순간 위험해진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은 24시간 움직이고, 변동성이 크며, 레버리지 거래까지 결합될 경우 손실 속도가 매우 빠르다. AI 시그널이 한 번 틀리는 것과, 레버리지 자동매매가 틀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손실이고, 후자는 청산이다.

AI 리딩형 판매망의 위험 신호

AI 시그널·자동매매 서비스를 접한 투자자는 다음 항목을 확인해야 한다.

첫째, 수익률만 있고 손실률이 없다.
둘째, 실계좌 검증 없이 캡처 이미지와 단체방 인증만 제시한다.
셋째, 특정 해외 거래소 가입과 추천코드 입력을 요구한다.
넷째, 수수료 페이백이나 하위 회원 추천 보상이 붙는다.
다섯째, “초보자도 따라 하면 된다”, “AI가 알아서 한다”,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표현을 반복한다.
여섯째, 운영자의 실명, 법인, 소재지, 신고·등록 여부가 불명확하다.
일곱째, 원화 입금, USDT 대리구매, 지갑 생성 대행을 안내한다.
여덟째, 출금 지연이나 손실 발생 시 “시장 상황”, “시스템 점검”, “거래소 이슈”로 책임을 돌린다.

이 중 여러 항목이 동시에 등장한다면 단순 투자 정보 서비스로 보기 어렵다. 특히 추천수당과 거래소 레퍼럴이 붙어 있다면 서비스의 목적이 투자자의 수익인지, 가입자와 거래량 확대인지 의심해야 한다.

결론: AI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봐야 한다

AI가 투자 분석에 쓰일 수는 있다. 알고리즘 매매도 존재한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흐리고, 투자자를 모으고, 거래소 가입과 추천수당을 결합하는 판매 구조다.

AI 리딩형 판매망을 볼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정말 AI가 맞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누가 돈을 받는가.
수익은 어디서 나오는가.
손실은 누가 책임지는가.
거래소 레퍼럴 수익은 공개되는가.
투자자가 벌지 못해도 운영자는 돈을 버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AI 자동매매와 시그널 서비스는 투자 도구가 아니라 영업 도구일 가능성이 크다.

이름은 AI다. 그러나 구조가 가입, 거래, 추천, 수수료로 굴러간다면 본질은 리딩방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AI를 씌운 코인 다단계의 새로운 입구다.


다음 편 예고

[코인 다단계 2.0] ③ 노드를 샀더니 투자자가 됐다

다음 편에서는 노드·채굴권·ITO를 앞세운 ‘노드 분양형’ 판매망을 추적한다. 실제 네트워크 운영권인지, 토큰 수익권을 노드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인지 살펴본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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