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인가, 네이티브 정체성을 유지한 채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인가?
2025년 발생했던 월별 주요 이벤트 | 출처: Klein Labs
2025년의 암호화폐 시장은 단순한 강세장도 약세장도 아니었다. 오히려 암호화폐 산업이 정치·금융·기술이라는 복합적인 방향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다시 설정한 한 해였으며, 2026년을 보다 성숙하고 제도화된 사이클로 이행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025년의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디지털 자산 전략 행정명령이 규제 기대를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TRUMP 토큰의 발행이 암호화폐를 대중적 이슈로 끌어올리며 시장의 위험 선호를 급격히 자극했다. 그 결과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투기 자산’에서 ‘정치, 매크로 자산’으로 성격이 전환되는 첫 번째 변곡점을 맞았다.
그러나 시장은 곧 현실적인 제약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셀럽의 인지도에 기대 형성됐던 코인들의 급격한 붕괴, 이더리움 대규모 강제청산 사태, 그리고 바이비트(Bybit)의 사상 최대 규모 해킹 사건은 고레버리지 구조에 대한 과신, 취약한 리스크 관리 체계, 그리고 이미 과도하게 소모된 내러티브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2월부터 4월까지 암호화폐 시장은 과열 국면에서 점진적인 조정 국면으로 전환됐고, 관세 정책을 비롯한 거시 변수들이 전통 위험자산과 맞물리며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을 평가함에 있어 성장 서사보다 보안성, 유동성, 그리고 펀더멘털의 중요도를 다시 높여 보기 시작했다.
이 구간에서 이더리움의 움직임은 특히 상징적이었다. ETH는 BTC 대비 상대적인 약세를 보였지만, 이는 기술적 역량이나 인프라 경쟁력의 약화로 해석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2025년 상반기 동안 이더리움은 가스 한도 상향, Blob 용량 확대, 노드 안정성 개선을 비롯해 zkEVM, PeerDAS 등 핵심 로드맵을 차질 없이 론칭시키며 네트워크 전반의 인프라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러한 장기적인 기술 진전에 대해 즉각적인 가격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았다.
2025년 중반으로 접어들며 시장은 구조적 회복과 제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더리움의 Pectra 업그레이드와 Bitcoin 2025 컨퍼런스는 기술적·서사적 측면에서 시장에 지지 요인을 제공했고, Circle의 IPO는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금융 체계와 본격적으로 결합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7월 GENIUS 법안의 공식 통과는 2025년을 관통하는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은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명확하고 체계적인 입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같은 시기 비트코인은 연중 고점을 재차 경신했고, Hyperliquid를 비롯한 온체인 파생상품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주식 토큰화와 Equity Perps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상품들도 점차 시장의 관심 영역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시장 내 자금 흐름과 내러티브는 뚜렷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ETF 승인 절차가 속도를 내며, 연기금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주류 자산의 밸류에이션은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셀럽 코인과 밈 코인, 고레버리지 구조에 의존한 자산들은 반복적인 청산 과정을 거치며 시장에서 정리됐다. 특히 10월 발생한 대규모 강제 청산 사태는 연중 누적돼 있던 리스크가 한꺼번에 해소된 사건으로 평가된다. 같은 시기 프라이버시 섹터는 국면적인 강세를 보였고, AI 결제나 Perp DEX와 같은 새로운 내러티브도 일부 세부 트랙을 중심으로 조용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연말로 갈수록 시장은 고점권에서의 완만한 하락과 극도로 위축된 유동성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비트코인은 9만 달러 선 아래로 내려왔고, 금과 은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암호화폐 시장이 이미 글로벌 자산 배분 체계의 일부로 편입됐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 시점에서 주요 암호화폐 자산들은 단기적 조정이 아닌, 국면적 바닥을 형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2026년 시장이 전통적인 4년 주기 흐름에 따라 반등 이후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지, 아니면 기관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과 규제 프레임워크의 정비를 바탕으로 기존 사이클을 넘어 새로운 고점을 모색할지는, 다음 국면을 판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거시 환경과 정책: 2025년의 구조적 변화
1. 정책 방향의 전환: 2025년은 과거 사이클과 다르다
암호화폐 시장의 과거 사이클을 돌아보면, 정책과 규제는 항상 시장 기대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외생 변수였다. 다만 그 영향이 작동하는 방식은 2025년에 들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2017년의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성장 국면, 2021년의 느슨한 관리 기조, 그리고 2022~2024년의 전면적인 억제 국면과 달리, 2025년은 규제가 ‘억제’에서 ‘허용’으로, ‘불확실성’에서 ‘규범’으로 이동하는 제도적 전환이 본격화된 해였다.
과거 사이클에서 규제는 주로 사후적이고 부정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왔다. 상승 국면의 정점에서는 금지 조치나 조사, 집행을 통해 위험 선호를 급격히 꺾었고, 하락 국면에서는 책임 추궁을 통해 누적된 불확실성을 한꺼번에 표출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접근은 투자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장기적인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5년에 들어 이러한 거버넌스 방식은 구조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행정명령이 먼저 방향을 제시하고, 규제 당국 간의 메시지가 점차 정합성을 갖추는 가운데, 입법 프레임워크가 단계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개별 사안 중심의 사후 집행에 의존해왔던 기존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제도 정비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Crypto 규제 발전 동향 | 출처: Messari
이 과정에서 현물 ETF 추진과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시장 기대를 고정시키는 핵심적인 기준점 역할을 했다. 현물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처음으로 전통 금융 시스템을 통해 장기 자금이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산으로 편입됐다. 2025년 말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관련 ETP·ETF 상품의 운용 규모는 이미 수천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으며, 제도권 자금이 암호화폐에 노출되는 대표적인 경로로 자리 잡았다.
한편 GENIUS Act를 포함한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암호화폐 자산을 제도적으로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어떤 자산이 금융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어떤 자산이 여전히 고위험 투기 영역에 머무르는지를 명확히 나눈 것이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하나의 동일한 위험군으로 평가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자산과 섹터별로 차별적인 밸류에이션이 이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2025년의 정책 환경이 과거 사이클에서처럼 즉각적인 ‘정책발 랠리’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책 변화의 핵심적인 의미는 시장에 비교적 명확한 하단선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허용되는 행위의 범위를 규정하고, 장기적으로 존속 가능한 자산과 점차 주변화될 대상을 가르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역할은 시장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서 벗어나, 리스크를 제한하고 기대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런 맥락에서 2025년의 정책 전환은 강세장의 직접적인 촉매라기보다, 암호화폐 시장이 올라설 수 있는 제도적 바닥을 다진 해로 평가할 수 있다.
2. 자금은 먼저 움직였다: 스테이블코인, RWA, ETF, DAT가 만든 ‘제도권 친화적 자금 유입 구조’
2025년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직관과는 다른, 그러나 매우 중요한 구조적 변화가 분명해졌다. 자금은 시장을 떠나지 않았지만, 가격은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과 온체인 전송 규모는 연중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현물 ETF 역시 여러 구간에서 순유입 흐름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비트코인과 일부 주류 자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알트코인 가격은 장기간 약세 압력을 받았다. 자금 흐름과 가격 움직임이 엇갈리는 이 현상은 2025년 시장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단서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과거 사이클과 뚜렷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거래소 내 중개 통화이거나, 강세장에서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수단에 가까웠다면, 2025년에는 자금이 머무는 대기처이자 결제·정산 인프라로 성격이 바뀌었다. 스테이블코인 총 시가총액은 연초 약 2,000억 달러에서 연말 3,000억 달러를 상회하며, 연간 순증가분만 약 1,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알트 자산 전체의 시가총액은 이와 같은 속도로 확대되지 않았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온체인 결제 규모는 수조 달러 수준에 이르렀고, 명목 기준으로는 전통적인 카드 네트워크의 연간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 이는 2025년 스테이블코인 성장이 투기적 수요나 레버리지 확대보다는, 결제·정산과 자금 관리라는 실질적인 사용처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RWA의 확산은 이러한 흐름을 한층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2025년을 거치며 실제로 안착한 RWA는 국채, 머니마켓펀드(MMF) 지분, 단기 채권 등 변동성이 낮은 자산에 집중됐다. 이 흐름의 핵심은 새로운 가격 상승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합법적이고 제도화된 자산이 온체인 환경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검증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RWA 관련 프로토콜의 TVL은 2024년부터 증가 속도가 빨라졌고, 2025년 내내 꾸준한 확장세를 이어갔다. 2025년 10월 기준 RWA 프로토콜의 TVL은 약 180억 달러에 근접하며, 2024년 초 대비 수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규모 자체가 거시 자금 흐름 차원에서 즉각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구조적인 영향은 분명했다. RWA는 체인 위 자금에 사실상 무위험에 가까운 수익을 제공하는 대기처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일부 자금은 ‘온체인에 머물면서도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는 노출되지 않는’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 금리가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규제 경계가 점차 명확해지는 환경에서, 이러한 구조는 온체인 활동성과 토큰 가격 사이에 존재하던 전통적인 양의 상관관계를 약화시켰다. 이는 2025년을 관통한 ‘자금은 증가했지만 가격 탄력성은 낮아진’ 시장 구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ETF의 영향 역시 전반적인 확산보다는 자금의 계층화 측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물 ETF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류 자산에 대해 합법적이면서도 마찰이 낮은 투자 경로를 제공했지만, 그 유입은 철저히 선택적이었다. 2026년 초 기준, 상위 BTC·ETH 현물 ETF는 각 자산 유통량의 약 6%와 4%에 해당하는 물량을 보유하며, 주류 자산 영역에서 명확한 기관 자금 흡수 구조를 형성했다.
다만 이러한 추가로 유입된 자금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ETF 도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도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과거 강세장에서 흔히 나타났던 급격한 하락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제도권 자금이 시가총액 상위 자산에 집중된 채, 이른바 롱테일 자산(시총 100위 이하)으로는 확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ETF는 상위 자산의 자금 흡수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구조적 분화를 객관적으로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ETF와 함께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구조적 변화는 2025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부상한 DAT(Digital Asset Treasury Companies), 즉 ‘코인 보유 기업’ 현상이다. 상장사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물론, 일부는 솔라나까지 자산대차대조표에 편입하고, 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자사주 매입, 스테이킹 수익 등 자본시장 수단을 활용해 주식을 ‘레버리지 가능한 암호화폐 노출 수단’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약 200개에 달하는 기업이 유사한 DAT 전략을 공개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 규모는 총 1,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DAT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자본시장 구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DAT의 구조적 의미 역시 ETF와 유사하다. 주류 자산으로의 자금 흡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자금이 전달되는 경로는 훨씬 ‘주식화’돼 있다. 자금은 롱테일 토큰의 현물 시장으로 직접 유입되기보다는, 기업 주식의 밸류에이션과 자금 조달 사이클을 통해 간접적으로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주류 자산과 알트 자산 간의 자금 계층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다시 말해, 2025년에 새롭게 추가로 유입된 자금은 시장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구조화된 경로로 체계적으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3. 시장의 결과: 주류 자산과 알트 시장의 구조적 분화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2025년 암호화폐 시장은 다소 역설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장이 붕괴됐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장기간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emento Research가 2025년 한 해 동안 진행된 118건의 토큰 발행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약 85%가 2차 시장에서 TGE 가격을 하회했고, FDV 기준 중위값 하락폭은 70%를 웃돌았다. 이러한 성과 부진은 이후 일부 반등 구간에서도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2025년 토큰 발행 현황 | 출처: MEMENTO RESEARCH
이 흐름은 단순히 롱테일 프로젝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중소형 시가총액 자산 전반은 물론, 출시 당시 높은 밸류에이션과 시장의 기대를 동시에 받았던 일부 프로젝트들조차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대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FDV 가중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도 전체 수익률이 명확한 음수 영역에 머물렀다는 점은, 오히려 규모가 크고 초기 평가가 높았던 프로젝트일수록 시장 전체에 더 큰 하방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는 2025년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가 ‘수요의 부재’가 아니라, 수요가 향하는 방향이 달라졌다는 데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정책과 규제 환경이 점차 명확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아직 내러티브와 감정이 단기 가격을 좌우하는 기존 구조를 완전히 대체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사이클과 달리 장기 자금과 기관 자금은 점점 더 선택적으로 움직이며, 규제 수용성과 충분한 유동성을 갖춘 자산과 경로, “메이저 코인, ETF, 스테이블코인, 일부 변동성이 낮은 RWA” 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 자금들은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동력이라기보다는, 시장 하단을 지지하는 기저 수요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
반면 시장의 실제 거래 흐름은 여전히 고빈도 자금과 투자 심리에 의해 좌우됐다. 토큰 공급 측면 역시 과거 사이클의 발행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채, 이른바 ‘전면적인 알트 강세장’을 전제로 한 확장을 이어갔다. 그 결과 시장이 기대했던 구조적인 ‘알트 시즌’은 끝내 형성되지 못했다. 새로운 내러티브는 감정의 힘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가격 반응을 이끌어낼 수는 있었지만, 변동성 이후 이를 흡수할 장기 자금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격 조정은 언제나 내러티브의 현실화보다 앞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공급과 수요는 단계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이중적인 구조 속에서 2025년은 이전과는 다른 시장 국면을 드러냈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자산 배분의 기준이 점차 주류 코인과 제도적으로 수용 가능한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반면, 단기 관점에서의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내러티브와 투자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거래 중심 시장의 성격을 유지했다. 내러티브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작동 범위는 분명히 좁아졌다. 내러티브는 이제 장기적인 가치 평가의 기준이라기보다는, 시장 심리의 변화를 포착하는 수단에 가까워졌다.
결국 2025년은 내러티브 기반 가격 결정이 종언을 맞은 해라기보다는, 내러티브가 자금 구조의 필터를 통과하기 시작한 출발점에 가깝다. 가격은 여전히 이야기와 감정에 반응하지만, 변동성 국면을 거친 이후에도 장기 자금이 머물 수 있는 자산만이 실질적인 가치 축적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2025년은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이 이동하고 있는 과도기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산업과 내러티브: 구조적 분화 속 핵심 방향
1. 실질 수익을 창출하는 토큰: 자금 구조 변화에 가장 먼저 적응한 섹터
1.1 2025년 회고: 수익형 자산이 자금의 ‘정착 지점’이 되다
내러티브가 여전히 단기 가격을 움직이는 힘을 유지하는 가운데, 장기 자금은 점차 더 분명한 진입 기준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환경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토큰들은 가장 먼저 변화한 자금 구조에 적응한 섹터였다. 이들이 2025년 상대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보인 이유는 내러티브가 더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격 상승에 의존하지 않아도 참여 논리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가격 흐름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보유 자체가 명확한 수익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러한 변화는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사례에서 가장 먼저 확인됐다. USDe를 대표로 하는 이 흐름은 복잡한 이야기를 앞세우기보다는, 직관적이고 설명 가능한 수익 구조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였다. 2025년 한때 USDe의 시가총액은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USDT와 USDC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 잡았고, 성장 속도와 규모 모두 같은 기간 대부분의 위험 자산을 웃돌았다. 이는 일부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을 더 이상 거래를 위한 중개 수단이 아니라, 현금 관리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규제의 경계가 점차 명확해지면서, 자금은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체인 위에 장기적으로 머무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평가 기준 역시 ‘내러티브의 확장성’에서 ‘수익의 실재성과 지속 가능성’으로 이동했다.
물론 이것이 암호화폐 시장이 곧바로 전면적인 현금흐름 기반 가치평가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러티브의 유효 범위가 축소될수록, 자금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성립하는 자산 형태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1.2 2026년 전망: 자금은 핵심 가치 자산으로 더욱 뚜렷하게 수렴한다
시장이 급격히 조정받거나 유동성이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어떤 자산을 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오히려 단순해진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보다, 두 가지를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하나는 위험 선호가 낮아진 환경에서도 프로토콜 차원에서 실제 수수료나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발생한 수익이 바이백, 소각, 수수료 전환, 스테이킹 보상 등의 형태로 토큰에 일정 수준의 하방 완충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지다.
이 기준에서 보면 BNB, SKY, HYPE, PUMP, ASTER, RAY처럼 가치 포착 구조가 비교적 직접적인 자산들은 공포 국면에서 우선적인 회복 대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ENA, PENDLE, ONDO, VIRTUAL과 같이 기능적 포지셔닝은 분명하지만 가치 포착의 강도와 안정성이 엇갈리는 자산들은, 하락 이후 감정 회복 국면에서 보다 구조적인 선별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사용이 지속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고, 그 수익이 검증 가능한 토큰 수요로 연결되는 프로젝트만이 ‘거래 중심 내러티브’를 넘어 ‘구성 가능한 자산’으로 진화할 수 있다.
DePIN은 이러한 실질 수익 논리가 보다 장기적인 차원으로 확장된 사례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나 성숙 단계의 DeFi와 달리, DePIN의 핵심은 금융 구조 자체에 있기보다는 토큰 인센티브를 통해 현실 세계의 자본 집약적이거나 비효율적인 인프라 수요를 분산형 공급 네트워크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있다. 2025년을 거치며 시장은 이미 1차적인 선별을 마쳤다. 비용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보조금에 과도하게 의존한 프로젝트들은 빠르게 신뢰를 잃었고, 반대로 연산, 저장, 통신, AI 추론 등 실제 수요와 연결된 프로젝트들은 점차 ‘수익형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재 DePIN은 AI 수요가 가속화되는 환경 속에서 자금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있지만, 아직 전면적으로 가격에 반영된 단계는 아니다. 2026년 주류 평가 구간에 진입할 수 있을지는, 실제 수요가 확장 가능하고 지속적인 온체인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토큰들이 가장 먼저 살아남은 이유는, 이들이 이미 완성된 가치 투자 자산이기 때문이 아니다. 내러티브가 자금 구조에 의해 선별되고, 전면적인 알트 강세장이 부재한 환경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즉, 가격 상승에 기대지 않더라도 자금이 머물 수 있는 이유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2026년 이 섹터를 바라보는 핵심 질문은 ‘어떤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규모가 커진 이후에도 그 수익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로 이동하게 된다.
2. AI·로보틱스 × 크립토: 생산성 혁신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
2.1 2025년 회고: AI·로보틱스 내러티브의 체온 변화
2025년을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섹터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 중요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비중이 커진 영역도 존재하는데, AI·로보틱스 × 크립토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한 해 동안 DeAI는 2024년에 비해 1차·2차 시장 모두에서 투자 열기가 눈에 띄게 식었고, 관련 토큰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류 자산 대비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며 내러티브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됐다. 다만 이는 방향성 자체가 무효화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 혁신의 성격과 암호화폐 시장의 단기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일시적으로 엇갈렸기 때문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2024~2025년을 거치며 AI 산업 내부에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분명해졌다. 모델 학습보다 추론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포스트 트레이닝과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오픈소스 모델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에이전트 경제 역시 개념적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적용 국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AI 산업이 단순한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연산 자원, 데이터, 협업 구조, 결제와 정산 효율을 포함하는 시스템 공학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블록체인이 장기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탈중앙화된 연산 및 데이터 시장, 조합 가능한 인센티브 설계, 그리고 네이티브한 가치 정산과 권한 관리 메커니즘은 중앙화 구조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AI·로보틱스 × 크립토의 본질적 가치는, 단기적인 토큰 가격 반등 여부가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접점에서 형성되고 있다.
2.2 2026년 전망: 생산성 혁신은 여전히 내러티브 상단을 여는 열쇠다
2026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AI × 크립토의 의미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이는 더 이상 ‘AI 프로젝트가 토큰을 발행한다’는 단기적 테마가 아니다. 오히려 AI 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연산, 데이터, 협업, 정산 문제를 보완하고 조율하는 인프라로서의 역할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로보틱스 × 크립토 역시 동일한 맥락을 같이 한다. 로보틱스 영역의 핵심 가치는 개별 로봇의 성능이 아니라, 다수의 주체가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에서 신원, 권한, 인센티브, 결제를 어떻게 자동화하고 조율할 수 있는지에 있다.
AI 에이전트와 로봇 시스템이 점차 자율성과 협업 능력을 갖추게 될수록, 기존 중앙화 시스템은 권한 관리와 주체 간 정산 과정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온체인 메커니즘은 보조적 선택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대안적 조정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AI·로보틱스 × 크립토가 2025년 동안 시장에서 체계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 역시 분명하다. 생산성 혁신이 실제 가치로 전환되기까지 요구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DeFi나 거래 중심 프로토콜과 달리, AI·로보틱스 영역은 아직 상업적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실제 수요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단기간에 확장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온체인 수익으로 전환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내러티브가 압축되고, 자금이 명확히 흡수 가능한 자산을 선호하는’ 현재의 시장 구조 속에서 AI × 크립토는 주류 자산이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할 잠재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 섹터는 단일 내러티브로 접근하기보다, 층위가 다른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DeAI가 생산성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에 해당한다면, 중·단기적으로는 x402와 같은 프로토콜 레벨의 혁신이 감정과 자금이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고탄력 테마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AI·로보틱스 × 크립토의 핵심 가치는 현재 가격에 반영됐는지 여부가 아니라, 평가 국면에 진입했을 때 열 수 있는 잠재적 상단이 기존 응용 중심 내러티브보다 훨씬 크다는 데 있다.
3. 예측 시장과 Perp DEX: 투기 수요는 제도와 기술을 통해 재편되고 있다
3.1 2025년 회고: 투기 수요는 아직 남아있있고, 무대만 바뀌었다
내러티브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장기 자금이 점차 보수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환경 속에서도, 예측 시장과 탈중앙화 영구선물 거래소(Perp DEX)는 2025년에도 드물게 성장세를 이어간 섹터였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수요, 즉 불확실성을 가격으로 반영하려는 욕구와 레버리지 거래에 대한 수요를 정면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형 내러티브가 새로운 사용 사례를 ‘창출’하는 데 집중한 반면, 예측 시장과 Perp DEX는 이미 존재하던 투기 수요를 보다 효율적이고 구조화된 형태로 옮겨 담는 역할을 수행했다.
예측 시장의 핵심은 정보의 집약에 있다. 참여자들은 특정 사건의 결과에 자금을 걸며 자신의 판단을 시장에 반영하고, 가격은 이러한 선택들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점차 집단적 합의에 수렴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형태이자, 상대적으로 규제 친화적인 ‘시장 기반 베팅’에 가깝다. 플랫폼이 배당률을 임의로 설정하거나 조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결과는 현실 세계의 사건에 의해 결정되고 프로토콜은 중개 수수료만을 취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도박 모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섹터가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예측 시장은 온체인 상에서 빠르게 유동성과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그동안 주변부 DeFi 실험에 머물러 있던 예측 시장을 현실 세계와 직접 연결된 내러티브로 끌어올렸다. 이후 2025년 한 해 동안 이 흐름은 일시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았다. 인프라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다수 프로토콜의 토큰 발행 기대가 맞물리면서 예측 시장은 오히려 저변을 넓히며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터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5년 기준 예측 시장의 누적 거래 규모는 24억 달러를 넘어섰고, 전체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약 2억 7천만 달러 수준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에 따른 단기 트래픽이 아니라, 실제 자금이 지속적으로 결과 리스크를 감내하며 시장에 참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측 시장 데이터 현황 | 출처: Polymarket
한편 Perp DEX의 성장은 암호화폐 산업에서 여전히 핵심 상품이 파생상품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들의 본질적 의미는 단순히 “온체인이 더 빠른가”의 문제가 아니다. 불투명한 포지션 구조와 높은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내포한 기존 선물 시장을, 검증 가능하고 자동 청산이 가능한 무신뢰 환경으로 이전했다는 점에 있다. 포지션 상태, 청산 규칙, 유동성 풀 구조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Perp DEX는 중앙화 거래소와는 다른 차원의 안전 특성을 제공한다.
다만 2025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전체 파생상품 거래량의 대부분이 여전히 중앙화 거래소(CEX)에 집중돼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이는 신뢰의 문제라기보다는, 거래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격차의 결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3.2 2026년 전망: 제도와 기술이 ‘지속 가능한 상품’의 경계를 가른다
2026년을 향해 예측 시장은 새로운 확장 국면에 진입할 여지가 있다. Polymarket가 Parcl과 협업해 부동산 예측 시장을 출시한 사례는, 예측 시장이 순수한 크립토 네이티브 사용자층을 넘어 비암호화폐 이용자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월드컵처럼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베팅 수요가 형성되는 이벤트는, 예측 시장에 새로운 유입을 촉발하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 중요한 변수는 개별 이벤트 자체가 아니라 인프라의 완성도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시장 조성 메커니즘의 고도화, 이벤트 간 자금 재활용 구조, 대규모 주문을 흡수할 수 있는 가격 수용 능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동시에 결과 판정과 분쟁 해결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예측 시장은 구조적으로 확장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두 축이 함께 성숙해질 경우, 예측 시장은 단순한 ‘사건별 베팅 상품’을 넘어 정치·거시·금융·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을 가격으로 집약하는 확률 기반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예측 시장의 상단은 단기 트래픽에 국한되지 않으며, 크립토 생태계 내에서 드물게 사이클을 관통하는 핵심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Perp DEX의 확장 가능성 역시 핵심은 ‘탈중앙화 여부’에 있지 않다. 관건은 수요 측면에서 중앙화 플랫폼이 아직 제공하지 못하는 추가적인 효율성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요소가 자본 효율성이다. 사용되지 않고 대기 중인 증거금을 DeFi 구조와 결합해, 청산 리스크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대출, 마켓 메이킹, 수익 전략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면, 전체 자금 활용률은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Perp DEX가 보안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이러한 혁신을 구현해낼 수 있다면, 경쟁의 기준은 ‘더 안전한 대안’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거래 구조’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예측 시장과 Perp DEX는 공통된 속성을 지닌다. 이들은 장기적인 내러티브 프리미엄에 의존하지 않는다.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투기·거래 수요가 존재하는 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구조다. 내러티브가 선별되고 알트 시즌이 부재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섹터가 지속적으로 주목받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장기 자산 배분의 핵심 축은 아닐 수 있지만, 2026년에도 감정 자금, 트레이딩 자금, 그리고 기술적 진화가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주요 무대 중 하나로 기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리하면,
전체를 되짚어보면, 2025년은 흔히 말하는 ‘실패한 불장’이라기보다는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와 참여 주체, 그리고 가치가 형성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된 해였으며, 정책 측면에서는 규제가 불확실성과 억제에 머물던 국면을 벗어나, 무엇이 허용되고 어떤 기능이 제도적으로 인정되는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자금 측면에서도 장기 자본은 고변동성 자산으로 곧바로 복귀하기보다는, ETF·DAT·스테이블코인·저위험 RWA와 같은 구조화된 수단을 통해 합법적이고 감사 가능하며 변동성이 낮은 수용 경로를 우선적으로 구축했다
시장 구조 역시 달라졌다. 내러티브 확산이 더 이상 자동적인 상승 피드백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전면적인 알트코인 강세장은 점차 작동력을 상실했고, 대신 자산 간 구조적 분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인 시장 상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내러티브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더 짧은 시간축과 보다 국지적인 영역에서는, 내러티브와 감정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거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측 시장, Perp DEX, AI 결제, 밈 코인 섹터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는 흐름은 암호화폐 시장이 여전히 높은 투기성과 탈중앙화된 정보·리스크 베팅의 장임을 보여준다.
다만 분명히 달라진 점은, 이러한 내러티브들이 더 이상 사이클 전체를 관통하는 장기 가치의 토대로 축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내러티브는 실사용, 거래 수요, 위험 표현과 맞닿아 있는 범위 안에서만 자금 구조의 선택을 받으며, 빠르게 검증되고 신속히 소거되는 국면적 기회에 가까워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26년을 향해 보다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프레임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
대주기 관점에서는 시장의 중심이 실질적 효용과 분배 능력, 그리고 제도권 자금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주류 자산과 핵심 인프라로 계속해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단주기 관점에서는, 내러티브는 여전히 ‘참여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신념의 대상’은 아니다.
투자자에게 던져지는 질문 역시 달라졌다. 이제 핵심은 ‘다음 전면적 불장이 언제 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산과 섹터가 시장 수축, 규제 강화, 경쟁 심화라는 환경 속에서도 생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위험 선호가 일시적으로 회복될 때 가장 먼저 탄력과 가격 결정력을 되찾을 수 있는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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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9 21: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