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오픈AI 중책들 뭉쳤다…무라티, AI 스타트업에 2조 8,800억 시드 유치

실리콘밸리에서 새롭게 떠오른 인공지능 스타트업 싱킹 머신즈 랩(Thinking Machines Lab)이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의 시드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기업은 올해 2월 미라 무라티(Mira Murati) 전 오픈AI(Open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설립했으며, 이번 자금 조달은 그 규모와 속도 면에서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리즈 시드 단계로 평가된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탈인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주도했다. 이외에도 엔비디아(NVDA), AMD(AMD), 시스코 벤처스, 액셀, 서비스나우(ServiceNow), 제인 스트리트 등 AI 관련 전략적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의 동반 투자는 향후 싱킹 머신즈가 고성능 연산 칩 기반의 AI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싱킹 머신즈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제품을 공식 공개하지 않았으나, 기업 가치는 이미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졌다. 무라티는 최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몇 달 내에 회사의 첫 프로젝트를 공개할 예정이며, 연구자들이 자신만의 AI 모델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지향의 플랫폼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무라티의 기술 철학이 단순한 상업적 제품 개발을 넘어선 공공 연구 지원과 지식 공유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라티는 오픈AI에서 챗GPT(ChatGPT), 달리(DALL·E), GPT-4o 등의 혁신적인 모델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GPT-4o는 인간처럼 신중하게 사고하는 판단형 인공지능으로 평가받으며 업계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모델이다. 그녀의 리더십 아래 싱킹 머신즈는 범용 AI 모델, 즉 특정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처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형 범용 지능(collaborative general intelligence)'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투자는 단지 자금 유치에 그치지 않는다. 무라티는 오픈AI 시절 함께한 핵심 연구진들도 대거 영입했다. 전 오픈AI CTO였던 바렛 조프는 싱킹 머신즈의 기술총괄임원(CTO)으로, GPT 개발에 참여했던 공동창업자 존 슐만은 최고연구책임자(CRO)로 합류했다. 유망한 인재 확보는 신생 AI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필수적이라는 시장의 기본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은 싱킹 머신즈가 오픈AI, 구글(GOOGL), 앤트로픽(Anthropic), 딥마인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차세대 AI 명가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금력, 인력, 인프라 대부분에서 기존 대형 AI 기업들에 비해 열세인 것이 현실이며,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싱킹 머신즈의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라운드는 무라티 개인의 기술적 신뢰도, AI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 그리고 범용 AI 모델에 대한 시장 수요가 만들어낸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된다. 당장의 경쟁력을 떠나 미래 AI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투자, 바로 그 믿음이 무라티와 싱킹 머신즈를 밀어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