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인공지능(AI)을 군사 전략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미국 내 주요 AI 기업들과 최대 2억 달러(약 2,88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발표는 AI 기술을 미국의 국가안보 인프라에 직접 연결하려는 본격적인 투자 결정으로 평가된다.
이번 계약에는 구글(GOOGL), 오픈AI(OpenAI), 앤트로픽, 그리고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일론 머스크의 xAI까지 포함됐다. 특히 xAI의 챗봇 ‘그록(Grok)’은 최근 나치즘 찬양 콘텐츠를 노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어, 미 국방부가 이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협력은 최첨단 AI 기술을 통해 미국의 국방 역량을 극대화하고, 민간 기술기업들이 국가안보 과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은 향후 지능형 전투 시스템, 정보 분석, 자동화된 업무 처리 등 다양한 군사 목적의 AI 솔루션 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xAI는 ‘그록 포 거버먼트(Grok for Government)’라는 새로운 정부 전용 제품군을 발표하며, 미국 연방 정부 및 지방 기관, 심지어 국가 안보 부처까지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xAI 측은 “AI 기술을 활용해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과학기술 분야의 난제 해결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오픈AI의 계약 체결은 기존 협력 관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오픈AI는 이미 지난 6월 국방부와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발표하며 정찰 및 전략 분석 등 군사용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편, 이번 발표에서 제외된 메타(META)는 앤두릴(Anduril)과의 협업을 통해 군사용 웨어러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방부 최고 디지털·AI 책임자 더그 매티 박사는 “AI는 전투력 향상과 전략적 우위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민간 영역의 기술력을 국방 전반에 통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계약은 첨단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국방부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타이밍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불과 2주 전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간의 갈등이 심화되며, 머스크의 추방 가능성까지 공론화됐던 상황에서, 연방 정부의 자금이 머스크가 주도하는 xAI에 투입된다는 점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AI 기술을 자국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간주하고, 이를 민간 기술 혁신과 접목시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AI 산업의 방향성을 좌우할 또 하나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