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 규제 체계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본격 시행하면서 총 53개 업체에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시장 점유율 기준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EU는 7월 현재까지 14개 기업에 전자화폐토큰(EMT) 발행 자격을 승인했다. EMT는 법정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번에 승인된 EMT는 총 20종이다. 이 가운데 유로화 기반이 12개, 달러화 기반이 7개, 체코 코루나(CZK) 기반이 1개다.
EMT 발행사로는 서클(Circle), 크립토닷컴(Crypto.com), 멤브레인 파이낸스(Membrane Finance), 프랑스 소시에떼제네랄 산하 포지(FORGE)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유럽 또는 글로벌 금융권 출신이다. 반면, USDT를 발행하는 테더는 규제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시장에선 “MiCA 규정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준비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CASP)로는 현재까지 39곳이 등록을 마쳤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를 비롯해 몰타,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키프로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 9개국에서 라이선스가 발급됐다. 등록 기업은 비트고(BitGo), 비트판다(Bitpanda), 코인베이스(Coinbase), OKX, 크라켄(Kraken), 이토로(eToro) 등이다.
네덜란드 금융시장청(AFM)은 가장 많은 CASP 라이선스를 승인한 국가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MiCA 유예기간이 끝난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폴란드, 헝가리,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등이다.
현재까지 자산연동토큰(ART) 발행 승인을 받은 업체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자체가 적은 데다, 법적 정의와 자본 요건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MiCA는 승인받은 업체에 대해 유럽경제지역(EEA) 내 30개국에서 자유로운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패스포팅’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EU는 오는 9월 규제 시행 9개월 차에 맞춰 후속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테더의 부재는 유럽 시장에서의 규제 리스크뿐 아니라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럽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기준점이 되는 만큼, 테더의 대응 전략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테더가 MiCA 승인을 받지 못한 배경에는 유럽 규제 당국의 높은 투명성 요건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MiCA는 EMT 발행자에게 준비금의 100% 실물 보유, 독립 감사, 발행 보고 체계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테더는 준비금 구성의 상당 부분을 상업어음 등 비현금성 자산으로 유지해왔고, 분기별 회계 검증 역시 외부 회계법인 감사가 아닌 ‘보증보고서(assurance report)’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 중앙은행(ECB)과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등은 이 같은 불투명한 구조를 주요 리스크로 지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