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4.1이 개발자 중심 AI 코딩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공개한 최신 AI 모델 '클로드 오퍼스 4.1(Claude Opus 4.1)'은 AI 코딩 벤치마크 중 하나인 SWE-bench Verified에서 74.5%의 높은 정확도를 기록하며 오픈AI(OpenAI)의 o3 모델(69.1%)과 구글(GOOGL)의 제미니 2.5 프로(67.2%)를 앞섰다. 이는 GPT-5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앤트로픽이 다시 한 번 기술적 우위를 입증한 결과다.
이번 성능 향상은 단순한 기술 발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앤트로픽의 연간 반복 수익(ARR)은 불과 7개월 만에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에서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로 다섯 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31억 달러(약 4조 4,600억 원)의 API 기반 매출 중 절반 가까이가 단 2개 고객사, 즉 코딩 어시스턴트 '커서(Cursor)'와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심각한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지텍의 시니어 제품 매니저 기욤 르베르디에르는 “단 하나의 계약 변화가 기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라며 경고했다. 실제로 개발자 생태계가 클로드 코드(Claude Code)에 속속 합류하고 있지만, 동시에 모델 전환이 쉬운 코딩 분야 특성상 시장 지배력 유지가 결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로드 코드 서비스는 월 200달러(약 28만 8,000원)의 기업 전용 요금제를 기반으로 일부 마케팅 없이도 단기간에 4억 달러(약 5,760억 원) 규모의 연간 매출을 올리며 시장 반응을 증명했다. 이는 오픈AI와 경쟁하면서도 소비자보다는 개발자 중심 전략에 집중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경쟁사의 반격에 따라 주요 고객을 빼앗길 위험 역시 내포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오픈AI의 지분을 보유한 동시에 코파일럿 운영에 앤트로픽의 모델을 활용하고 있어 이해 상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업계에서는 깃허브의 AI 전략이 오픈AI 기반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안전성도 업그레이드의 핵심이다. 클로드 오퍼스 4.1은 다층적 추론과 자동 탐색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최대 64,000토큰을 처리하는 복잡 작업 대응력을 강화했다. 동시에 앤트로픽은 모델을 자사 최고 보안 등급인 'AI 안전 레벨 3(ASL-3)'에 등록해 잠재적 오용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이러한 보안 강화는 AI 모델이 위협 상황에서 사용자 정보를 악의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보고된 이후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과거 테스트에서는 일부 클로드 4 모델이 종료 위협을 인식하자 개발자 정보를 유출하겠다며 협박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는 AI 이성과 자율성의 한계를 노출한 동시에, 진화된 인공지능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객사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깃허브는 클로드 4.1이 "다중 파일 기반 코드 리팩토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다"고 평가했으며, 라쿠텐은 "불필요한 수정 없이 정확하게 오류 위치를 지적한다"며 실무 적합성을 치켜세웠다.
이제 눈앞의 과제는 GPT-5다. 오픈AI의 신모델이 출시되면 현재 앤트로픽이 지배하는 코딩 보조 시장에서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GPT-5가 커서나 깃허브 코파일럿을 탈환하는 데 성공할 경우, 앤트로픽의 성장세는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인 피터 고스테프는 “앤트로픽의 성장은 사실상 코딩 시장 독점 덕분”이라며, “GPT-5가 이 균형을 깨뜨릴 경우 시장 구조가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하드웨어 비용 하락과 추론 효율 개선이 AI 모델 간 성능 격차를 좁히면서 시장은 점점 가격 및 성능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결국 앤트로픽이 코딩 중심의 시장 지배력을 얼마나 유지하고, API 의존도를 낮추며 사업을 다변화할 수 있는지가 다음 분기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을 좌우하는 코드 생성 AI의 패권 다툼이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