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DP 테크놀로지(DP Technology)가 과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응용을 가속화하기 위해 800억 위안(약 1,140억 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배터리 설계에서 신약 개발까지 첨단 연구에 AI를 접목해 과학계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포춘 벤처 캐피털과 베이징 징궈루이 사모펀드가 공동 주도했고, 베이징 AI 산업 투자펀드, 베이징 제약·보건 산업펀드, 레노버 캐피털, 인큐베이터 그룹, 오리자 화 등이 참여했다. 창업 초기부터 ‘AI for Science’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온 DP 테크놀로지는 일반 AI 기업들과 달리 이미 고도화된 기술력을 갖춘 업계 베테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립자 장린펑(張林峰)과 순웨이지에(孫偉傑)는 베이징대 출신으로, 2018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분자 시뮬레이션과 실험실 자동화 등 고난도 과학 연구 분야에 특화된 대형 언어 모델과 AI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이 중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파티클 유니버스(Particle Universe)’를 비롯해, 실험실 운영체제 유니랩(Uni-Lab), 클라우드 기반 연구 플랫폼 보륨(Bohrium), 신약 타깃 발굴 솔루션 허미트(Hermite) 등을 확보했다.
특히 ‘공략 불가능한(undruggable)’ 생물학적 타깃을 분석하는 플랫폼 리디모(RiDYMO)와 차세대 배터리 설계를 위한 파일럿아이(Piloteye), 범용형 과학 AI 에이전트 사이마스터(SciMaster) 등은 글로벌 과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또 네트워크 트래픽 제어에 특화된 르베그(Lebesgue) AI 시스템까지 다양한 산업 응용을 아우르며 기술 전선을 넓히고 있다.
현재 DP 테크놀로지의 고객은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대학 및 연구 기관과 150여 개 산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 고객으로는 중국 석유공사(페트로차이나)와 전기차 기업 BYD가 포함돼 있다. 장린펑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는 “AI for Science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인류 과학 발전의 기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장 공동창업자는 머신러닝을 통한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고도화 연구로 ‘슈퍼컴퓨터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고든벨상(ACM Gordon Bell Prize)을 2020년에 수상한 경력이 있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DP 테크놀로지의 장기 목표는 완전 자동화된 과학자 수준의 AI 시스템 개발이다. CEO 순웨이지에는 “이번 투자금은 고급 인재 확보와 R&D 속도 제고에 집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자금 조달로 DP 테크놀로지는 글로벌 AI 과학 플랫폼 구축 경쟁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 AI가 과학 실험과 발견의 모든 과정을 대체하는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