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vs 앤트로픽… AI 추론 전쟁, 오픈소스로 진화하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두 인공지능(AI) 선도 기업이 나란히 새로운 대형언어모델(LLM)을 선보이며 AI 고도화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인간 수준의 추론 능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픈AI는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된 모델 'gpt-oss-120b'와 'gpt-oss-20b'를 선보였다. 각각 1170억 개, 210억 개의 매개변수(parameter)를 갖춘 이 모델들은 다양한 추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적화됐으며, 코드 실행, 외부 데이터베이스와의 연동, 복잡도에 따른 작업 시간 조정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gpt-oss-20b는 GPU 1장으로 구동 가능할 정도로 가볍게 설계돼, 일부 소비자용 기기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gpt-oss-120b는 GPU 메모리 80GB가 요구되지만 더 높은 응답 품질을 제공한다.

오픈AI는 이번 모델에 '혼합 전문가 구조(mixture-of-experts)'라는 최신 설계를 적용했다. 이 구조는 다수의 신경망 중 특정 작업에 적합한 하나만 활성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메모리 사용량을 낮추는 '그룹 멀티 쿼리 어텐션'과 긴 글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로터리 포지셔널 임베딩' 기술도 탑재됐다. 두 모델 모두 최대 12만8000토큰의 컨텍스트윈도우를 지원한다는 점도 전문 분석 및 조직 내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픈AI 공동창립자인 데이브 벨란테(Dave Vellante)는 “이제 기업들이 퍼블릭 API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모델을 훈련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진짜 차별화 포인트는 툴과 RL 루프, 안전설계, 그리고 무엇보다 데이터”라며, 오픈소스를 통한 AI 역량의 민주화가 기업 전략 수준의 전환을 촉발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경쟁사 앤트로픽도 자사의 대표 모델 'Claude 4 Opus'를 개량한 'Claude 4.1 Opus'를 새롭게 내놓았다. 이 모델은 기존 버전보다 코딩 분야에서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며, SWE-bench Verified 기준 점수가 72.5%에서 74.5%로 향상됐다. 앤트로픽은 연구와 데이터 분석 능력도 배가시켰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은 유료 버전 Claude AI 어시스턴트뿐 아니라 아마존 베드록과 구글 클라우드의 Vertex AI를 통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두 기업의 이번 신제품 출시는 AI 추론 성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기술 개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오픈AI의 모델은 누구나 접속해 분석하고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은 기업 고객의 자체 AI 구축을 장려하고, 공개 생태계의 개발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시장 확장성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AI 생태계의 중장기 향방은 단순 모델 능력보다 이를 기반으로 어떤 디지털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기업 맥락에 맞춰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벨란테도 “인공지능의 진짜 가치는 결국 디지털 트윈 역량을 활용하는 기업이 가져갈 것”이라며, AI 생태계 각 축들이 경쟁뿐 아니라 재편을 겪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