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을 3억 7,500만 달러(약 5,400억 원)에 인수하며 오픈AI와의 공동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 데이터센터 확장에 본격 나섰다. 이번 계약은 폭스콘이 지난주 익명의 법인에 매각한 것으로 처음 보도됐지만, 블룸버그가 해당 법인의 실체가 소프트뱅크임을 단독 보도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폭스콘으로 더 잘 알려진 훙하이 정밀공업은 전 세계 최대의 IT 제조사로, 애플의 아이폰 조립 외에도 다수의 클라우드 기업에 서버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며, 3년 전에는 오하이오주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한 바 있다. 이번 인수로 해당 부지는 전기차에서 AI 서버 생산시설로 용도가 재변경된다.
스타게이트는 소프트뱅크가 지난 1월 공개한 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다. 총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며, 오픈AI가 직접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대형 계획으로 알려졌다. 폭스콘도 AI 서버 생산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핵심 파트너로 합류할 전망이다.
AI 서버에 어떤 반도체가 탑재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는 오픈AI나, 최근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Graphcore), CPU 설계사 앰페어 컴퓨팅(Ampere Computing)이 공급원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AI 서버 성능을 좌우하는 머신러닝 가속기 및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가 이들의 주요 제품이다.
이번 공장 인수는 소프트뱅크의 AI 주도권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의 주 서버 설비를 설치할 플래그십 부지를 물색 중이며, 일본의 주요 은행들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소프트뱅크는 미국 내 재생에너지 자회사 SB에너지를 통해 태양광 발전소 및 에너지 저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인프라는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기반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SB에너지의 부지 일부가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논의되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닌, AI 인프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전략의 일환이다.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의 성장세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소프트뱅크의 행보는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의 핵심 축을 선점하려는 고도의 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