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주 랜싱의 마운트 호프 초등학교가 최근 개교한 가운데, 해당 건물에 설치된 11,000피트 길이의 전기 배선 경로가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설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축설계에 있어 AI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건설 환경에 본격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프란체스코 이오리오(Francesco Iorio)는 2019년 건축 AI 스타트업 어그멘타(Augmenta Inc.)를 설립하며 6년간 생성형 설계 기술의 가능성을 시험해왔다. 그는 “자동차 부품처럼 손바닥에 올릴 수 있는 소형 구조물을 넘어서, 이제는 복잡한 건물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전기 시스템 설계는 단순한 선 연결을 넘어, 법규 준수는 물론 현장 상황, 예산, 시공 가능성, 유지관리성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고려돼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특히 베테랑 전기 기술자들만이 경험적으로 익힌 비공식 설계 요건들은 그간 자동화가 어려운 이유였다. 이오리오는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 비공식 규칙들이 설계 품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어그멘타의 기술은 3D 빌딩 정보 모델(BIM)과 전기 설비 사양, 공간 제약 조건 등을 입력받아,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이 최적의 배선 경로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생성형 AI 기술과 물리 기반 설계 알고리즘을 결합해, 설계와 실행 가능성 모두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을 생성한다.
초등학교 프로젝트에선 약 25% 수준의 설계 속도 향상이 확인됐으며, 이후 다른 건축물에선 최대 70%에 이르는 생산성 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자재 낭비는 15%까지 줄어들었다. 이오리오는 “병원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수천 킬로그램의 구리와 강철 낭비를 줄일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어그멘타의 기술은 단일 정답형 설계를 강요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설치 비용, 유지관리 용이성, 확장성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설계 옵션을 받아보고 이를 기반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오리오는 “AI가 솔루션을 제시하되, 설계의 최종 결정권은 인간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 설계가 첫 시도였던 어그멘타는 향후 기계설비, 냉난방, 배관 등 건물 시스템 전반으로 기술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오리오는 “가장 복잡했던 설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후 확장은 더욱 수월할 것으로 본다”며 “AI 기반 건축 설계의 패러다임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어그멘타는 지금까지 약 2,500만 달러(약 36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복잡한 설계 업무를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AI 도구로 산업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