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내 AI 경쟁력 1위…글로벌 시장선 '허당 반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 평가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지만, 세계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국내 1위를 차지하며 기술적 우위를 보였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간극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 분석기관 CEO스코어는 9월 10일, 국내 AI 특허·논문 실적을 바탕으로 191개 주요 기업의 인공지능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기술력, 특허 활동, 학술 성과, 연구 영향력, 인력 구성 등 6개 항목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항목별 최고 수치를 100점으로 기준을 설정하고, 타 기업은 해당 대비 비율 점수를 받았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6개 전 항목에서 1위를 기록하며 총점 600점을 획득,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특허등록 건수는 1천79건, 특허 피인용 횟수는 1천347회에 달했으며, 세계 3대 AI 학회 논문 등재는 59건, 논문 인용 수는 315회를 넘어섰다. AI 전문 인력도 5만 명을 웃도는 수준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탄탄한 기반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와 LG는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논문 등재 25건, 인용 수 247회로 학술적 영향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LG는 400건의 특허 등록과 529회의 특허 피인용을 기록하는 동시에 19건의 AI 주요 논문을 발표하며 균형 있는 성과를 보였다. LG의 경우 연구를 담당하는 LG AI연구원과 사업을 수행하는 LG전자의 역량이 결합돼 평가됐다.

10위권에 든 다른 기업들로는 크래프톤, KT, 쿠팡, 현대자동차, 삼성SDS, SK텔레콤, 스트라드비전 등이 있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LG, 현대차가 강세를 보였고, 인터넷·플랫폼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쿠팡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는 제한적이었다. 세계 3대 인공지능 학회(CVPR, NeurIPS, ICML) 기준으로 논문 등재 건수를 비교해보면, 미국의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820건으로 선두를 차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기업들도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이 대거 상위권에 자리했다.

삼성전자가 논문 59건으로 12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네이버(25건), LG(19건)는 각각 30위와 40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고, 학술적 논문 인용 수에서도 삼성전자와 네이버만이 5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내부 역량 강화에는 노력하고 있으나, 국제 학술 생태계에서의 영향력 발휘는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AI 산업이 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 협력, 연구자 네트워크 확대 등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장기적인 R&D 투자와 글로벌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