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려 로봇, 외로움 달래는 '디지털 가족'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반려 로봇이 국내외에서 빠르게 보급되는 가운데, 이 기술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연결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기계를 넘어 ‘가족처럼’ 여겨지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윤리적·사회적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대화 인식, 표정 분석, 감정 대응 등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는 시점에 이를 보완해주는 반려 로봇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소니의 ‘아이보’나 국내 LG전자, 스타트업들의 제품들은 사용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기능을 탑재하며 실제 반려동물이나 사람에 가까운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도 이런 반려 로봇은 노인 돌봄과 1인 가구의 정서 지원 수단으로 활발히 실험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약 45%가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AI 로봇을 활용한 치매 예방 실험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내 한 요양원에서는 반려 로봇을 도입한 이후 노인들의 일상 대화 빈도가 30% 이상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업계는 정서적 안정 효과와 인지 자극 효과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사회적 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전문가들은 AI 로봇이 감정을 모방할 수는 있어도 인간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책임, 돌봄, 의무를 수행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정서적 의존은 기존 사회적 연결망을 약화시키며, 특히 어린이나 고령층의 사회성 발달과 고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일본에서는 반려 로봇에 지나치게 애착한 가족들이 사망한 사용자의 로봇에 장례식을 치르는 사례까지 발생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한 바 있다.

개인 정보 보호도 또 다른 쟁점이다. AI 반려 로봇은 사용자 대화와 표정을 수집해 반응을 개인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가 기업의 서버로 전송되고 저장되는 과정에서 보안 취약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I 반려 로봇 시장은 2030년까지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반려동물에 대한 비용 부담, 고령화 등의 배경 아래 그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33.4%에 달해, AI 반려 로봇이 ‘디지털 동반자’로서 자리 잡기에 충분한 여건이 마련돼 있는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술적 완성도에 따라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인간관계의 본질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으며, 공공복지 인프라와 지역 공동체 기반이 함께 발전해야만 AI 반려 로봇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빠른 진전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 중심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