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전 세계를 뒤흔든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불과 2년 전 '7조 달러' 규모의 투자 구상을 언급했을 때는 과장된 주장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현재 그는 실제로 그에 버금가는 규모의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트먼은 올해 초 미국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본격 추진했다. 이 사업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향후 4년간 5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형 계획으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인공지능 학습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단순한 설비 확장을 넘어, 차세대 AI 기술을 주도할 토대를 마련하려는 포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트먼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유럽, 인도 등지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UAE 정부 산하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은 현지 AI 기업 G42와는 5GW급 데이터센터 단지를 아부다비에 구축하기로 했는데, 이는 원자력발전소 5기에 해당하는 대규모 전력 기반이 필요한 초고성능 시설이다. 유럽과 인도에서도 수 GW 규모의 시설 건설이 착수되거나 준비 중이어서 글로벌 네트워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적 확장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를 통해 이미 4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천억 달러 상당의 인공지능 칩 기반 인프라 지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오라클과는 3천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리소스를 추가로 계약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코어위브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측면에서는 브로드컴과 AI 전용 칩을 공동 개발 중이며, 현재 내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올트먼은 한국도 방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전략 협력을 강화했다.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급뿐 아니라 한국 내 데이터센터 확장도 협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와 AI 기술 주도권 확보라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불과 1년여 만에 급등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천억 달러를 밑돌던 기업 가치는 최근 5천억 달러 선까지 올라, 실리콘밸리 내 최대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이는 약 4조5천억 달러 규모인 세계 1위 시가총액 보유 기업 엔비디아와 비교할 때 9분의 1 수준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차원을 넘어 대규모 인프라와 막대한 자본이 결합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데이터와 연산력이라는 핵심 자원을 장악한 기업이 산업 주도권을 쥐게 될 미래에서, 올트먼의 행보는 단순한 투자가 아닌 새로운 질서의 설계에 가깝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