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엔비디아가 경쟁사 AMD의 이례적인 지분 제공 방식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특히 제품도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지분 10%를 넘긴 결정에 대해 "놀랍고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언은 10월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젠슨 황 CEO는 AMD가 오픈AI와 체결한 대규모 칩 공급 계약에 대해 언급하면서, AMD가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대가로 오픈AI에 지분 인수 선택권을 넘긴 구조에 대해 인상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데 회사의 10%를 넘긴다는 건 상당히 영리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AMD는 10월 6일 오픈AI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AI 칩을 공급하는 다년 계약을 발표했다. 공급되는 칩의 전력소모만도 6기가와트(GW)에 달하는 것으로, 이는 원자력발전소 6기 분량과 맞먹는다. 동시에 오픈AI는 AMD의 지분 최대 10%를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이는 파운드리와 AI 칩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AMD의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역시 오픈AI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AI에 10년간 최대 1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10GW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 정도면 GPU 400만 개 이상의 물량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협력이 자전거래에 가깝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투자한 돈이 결국 자사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오픈AI가 투자금 전부를 확보한 것은 아니며, 수익 증가나 주식·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반도체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황 CEO의 발언에서 부각됐다. 그는 "지난 6개월 사이 컴퓨팅 수요가 급증했다"며, 기존의 간단한 응답 중심 AI 모델에서 복잡한 추론을 수행하는 고도화된 AI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언급했다. 특히 성능이 뛰어난 AI 추론 모델일수록 연산 능력을 뒷받침할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AI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이에 필요한 에너지 인프라 확보도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황 CEO는 "중국이 에너지 인프라 측면에서는 미국보다 앞서 있다"며, AI 산업을 지탱하려면 기존 전력망만으로는 속도가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향후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자가발전 방식, 특히 천연가스 및 장기적으로는 핵발전을 활용한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은 AI 산업이 반도체 및 에너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으로는 기술뿐 아니라 이를 구현할 인프라와 재무 구조, 글로벌 협력이 AI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