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 방식이 대규모 배포와 실제 효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 도입 논의는 데모 중심의 허울을 벗어나 사용 실적과 운영 효율화라는 실질 가치 창출 단계에 접어들었다. 드림포스 2025 컨퍼런스는 이 같은 전환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델테크놀로지(Dell Technologies), 페덱스(FedEx), 펩시코(PepsiCo)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세일즈포스(CRM)를 통해 에이전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실무에 통합한 사례를 소개했다. 인공지능 비서를 활용해 고객 지원 효율을 높이거나 재고 관리 자동화를 통해 소매업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성과들이 공유됐다. 크로퍼드 델 프레테 IDC 사장은 고객들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기술을 수용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처럼 빠르게 도입 확산이 일어나는 기술은 보기 드물다”고 강조했다.

AI 수요 확대는 전반적인 IT 인프라 투자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IDC는 올해 전 세계 IT 지출 성장률을 애초 9~10% 예상치에서 14%로 상향 조정했다. 서버 등 인프라 부문의 분기별 성장률은 50%를 넘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들이 AI 구현을 위해 하드웨어 자원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투자 열기 속에서도 세일즈포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스택페인(Stackpane)의 창업자인 사브지트 조할은 세일즈포스가 플랫폼 기업인지, 아니면 애플리케이션 회사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Fortune 500 기업들은 자체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어, 개발자 친화적 플랫폼 정체성이 더욱 명확히 부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의 AI 활용 목적이 비용 절감에만 치우치면 장기적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IDC 조사에 따르면 AI 프로젝트 대부분에서 실질적 비즈니스 가치를 달성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겨우 11%에 불과하다. 델 프레테는 "AI로 비용과 매출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야 진짜 마법이 일어난다"며 "세일즈포스는 CRM을 활용해 리드 품질을 높이고 영업 교육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세일즈포스의 AI 확대 전략은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기업 전반의 오퍼레이션 체계를 바꾸는 도구로 부각되고 있다. 핵심은 에이전트의 자동 운영뿐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관찰하며 통합하는 감시성과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이다. 향후 AI가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 기제가 되려면, 기술 그 자체만이 아니라 기술로부터 도출되는 성과 창출 구조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