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업계가 AI 성장에 베팅을 감행하는 가운데, 시장 불안과 규제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투자 열기는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앤트로픽과 구글(GOOGL)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AI 데이터센터 전문업체 크루소는 13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를 유치해 대규모 인프라 확장을 본격화했다. 유니포어 또한 엔비디아(NVDA), 스노우플레이크(SNOW), AMD 등 후원으로 2억 6,000만 달러(약 3,740억 원)를 확보했다. 여기에 오픈AI는 오라클(ORCL), 밴티지와 함께 위스콘신에 150억 달러(약 21조 6,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AI 산업 확장의 이면에는 엇갈린 기업들의 행보도 포착된다. 메타(META)는 AI 전문가 600명을 해고하며 슈퍼지능 연구조직의 구조 개편에 나섰고, 아마존은 물류·배송 자동화를 위해 스마트 글래스와 로봇 기술을 접목시킨 AI 시스템을 공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미국 동부 데이터센터(us-east-1) 장애는 중앙 집중형 인프라의 한계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AI 기술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AI가 글로벌 고용시장 재편과 상거래 구조를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제프리 힌턴과 요슈아 벤지오 등 AI 석학들은 비판 성명을 내고 일반지능(AGI) 개발의 중단을 주장했다. 기술이 과도기적 전환점을 통과하는 순간, 정책적 개입과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AI 생성도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AI는 웹브라우저에 통합된 AI 에이전트를 탑재한 ‘ChatGPT 아틀라스’를 출시하며 구글과의 전면전을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코파일럿’에 자동화·협업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어도비는 자사 파이어플라이 모델을 활용한 맞춤형 생성형 이미지 플랫폼 'AI 파운드리'를 기업 고객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보안 영역에서도 활발한 인수·투자 소식이 이어졌다. 빔소프트웨어는 AI 기반 데이터 보안 기업 시큐리티를 17억 달러(약 2조 4,500억 원)에 인수했고, 데이터마이너는 2억 9,000만 달러(약 4,170억 원)를 들여 위협 인텔리전스 기업 스렛커넥트를 품었다. 오픈소스 신뢰 플랫폼을 구축하는 체인가드는 2억 8,000만 달러(약 4,030억 원)를 조달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행정부의 친화적 기조에 힘입어 다시금 인수 열풍이 불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는 크립토 투자 플랫폼 에코를 3억 7,500만 달러(약 5,400억 원)에 인수했고, 팔콘X는 암호화 자산 운용사 21셰어스를 흡수했다. 기술 트렌드와 정책 기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산업 전반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처럼 AI와 관련된 기술, 투자, 정책 흐름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내 국가방위군 개입' 계획을 일단 철회했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CEO와 시장과의 만남 이후 결정된 이번 조치는, 정치와 기술이 충돌하는 이슈 속에서 민간의 합리적 설득력이 유효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가오는 주에는 알파벳(GOOGL),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AI 데이터센터 투자의 실질 성과와 함께 시장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지가 가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