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업계가 다시 한번 대규모 자금 유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AI, 바이오, 친환경 기술 등을 앞세운 유망기업들이 수억 달러 규모의 '메가라운드'를 잇달아 발표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 분야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주에는 AI 데이터센터 개발사부터 자율주행 택시, 의약용 AI 스타트업까지 성장을 이끄는 키워드로 'AI'의 약진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가장 눈길을 끈 기업은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Crusoe Energy Systems)이다. AI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개발에 주력하는 이 기업은 벨러 에쿼티 파트너스와 무바달라 캐피털이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무려 14억 달러(약 2조 원)를 유치,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오픈AI 등 대형 AI 기업의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 주목받았다.

이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 아브라이드(Avride)는 우버와 네비우스 그룹이 참여한 투자에서 최대 3억 7,500만 달러(약 54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확보했다. 올해 안으로 우버 플랫폼을 통해 달라스 시내에서 첫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상용화 계획이 투자자 신뢰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 역시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의 시리즈 E 투자를 받았다. 엔비디아 산하 NVentures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으며,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넘어섰다.

비즈니스 AI에 특화된 유니포어(Uniphore)는 시리즈 F 투자에서 2억 6,000만 달러(약 3,700억 원)를 유치했다. 참여 투자사에는 엔비디아, AMD, 스노우플레이크 벤처스, 데이터브릭스 벤처스 등 굴지의 테크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해당 라운드를 통해 유니포어의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로 평가받았다.

이 외에도 전 오큘러스 공동창업자가 이끄는 음성 AI 및 스마트 안경 개발사 세서미(Sesame)가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의료 전문 AI 플랫폼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는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각각 조달했다. 특히 오픈에비던스는 불과 3개월 전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 가치로 투자받은 데 이어 이번 투자로 몸값이 60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까지 뛰었다.

이밖에 면역질환 및 암 치료 신약 후보를 개발 중인 엘렉트라(Electra Therapeutics), AI 에이전트 개발사 랭체인(LangChain), 브랜드마케팅 플랫폼 샵마이(ShopMy), 자율 드론 기반 화재 진압 시스템을 선보인 세네카(Seneca) 등도 각각 수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크런치베이스 측은 “이번 주 자금을 유치한 상위 10개 기업 대부분이 AI 혹은 관련 기술을 사업 기반으로 두고 있다”며 “미국 벤처 생태계에서 AI는 여전히 주도권을 쥔 키워드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