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AI 커버곡’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음원 산업의 공정한 생태계 유지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미디어에서는 특정 아티스트의 곡을 다른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AI 커버곡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음성합성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도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로 커버곡을 제작할 수 있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원작자의 허락 없이 음원 및 보컬을 복제하거나 전송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AI 생성물이 실연자(노래를 부른 가수) 및 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 관련 법적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 커버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에 대해 합법적으로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작곡가나 작사가 등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곡을 활용하거나, 음반 제작자 및 가수의 허락 없이 목소리를 모방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특정인의 음성을 모방해 만들어낸 콘텐츠는 음성권 침해 혹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이러한 논쟁은 현실화되고 있다. 2023년에는 드레이크와 더 위켄드의 목소리를 합성한 가짜 노래가 진짜 신곡으로 오인돼 스트리밍 플랫폼을 장악했으나, 권리자의 요청으로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실제 아티스트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처럼 유통되는 콘텐츠는 창작자의 정통성을 위협하며 음악 산업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AI 음성 합성 기술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도로 정교한 ‘딥보이스’ 기술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고위급 임원 음성을 모방한 AI의 지시에 따라 은행이 거액을 송금한 사기 사건도 이미 발생했다. 음성이 개인식별정보로 간주될 경우 개인정보 침해 문제로도 비화할 소지가 있다.

현재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은 AI 커버곡 업로드 시 원곡의 저작권 여부를 식별하고, 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수익 창출을 제한하거나 영상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후적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며, 앞으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법적 지위와 권리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고도화됨에 따라 더욱 복잡한 법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AI와 창작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작자에 대한 보호 장치 마련과 함께, 사용자 스스로의 윤리 의식 그리고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적극적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제도 기반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