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글쓰기 도구가 대학가에서 취업준비의 기본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자소서 진위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생들은 AI 활용법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을 타인 시선으로 설명하는 훈련까지 병행하고 있다.
최근 대학 취업지원센터 현장에서는 AI가 작성한 자기소개서 초안을 토대로 상담이 이뤄지는 일이 일상이 됐다. 대학생 10명 중 8명 이상이 AI를 활용해 자소서를 작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표적으로 채용 플랫폼 캐치가 진행한 설문에서 91%의 구직자가 AI 활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I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대학가 분위기 변화에 따라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서일대는 2025학년도부터 ‘AI 자소서 입문 프로그램’을 정규 과정으로 운영 중이며, 선문대와 부산대 등은 AI 활용법, 글쓰기 구조 훈련, 모의 면접 훈련 등 종합적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 측은 공통적으로 AI의 도움을 받는 것은 허용하되, 최종적 설명과 서술은 반드시 본인의 언어로 재구성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실제 면접에서 경험 서술 능력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AI를 활용한 자소서가 대세가 되면서 채용 기업들도 AI 탐지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 AI 생성 가능 문장을 판별하는 ‘카피킬러’와 같은 프로그램이 다수 도입됐으며, 국민연금공단, LG전자, 롯데, KB국민은행 등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공식적으로 탐지 시스템을 채용 절차에 포함시켰다. 특히 최근 몇 달간 AI 판별 검사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넘게 증가해 기업과 교육기관의 관심이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탐지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정확도에는 한계가 있다. 지원자가 초안을 충분히 수정하고 자신만의 문장으로 바꾸면 AI 여부를 판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기업들은 AI 탐지 결과를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면접에서 직접 답변을 통해 진정성을 점검하는 방식을 병행 중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공정성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AI 도구와 프롬프트 활용 능력에 따라 자소서의 완성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 툴을 사용하거나 프롬프트 설계를 잘 아는 일부 지원자에게 이점이 돌아가는 현실은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은 AI 활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함께, 경험의 왜곡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AI 글쓰기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이력서나 자소서 작성에서 하나의 기술 역량으로 평가받는 구조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원자는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경험을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설명력’이 중요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채용 현장에선 결국 ‘무엇을 했느냐’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