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 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자금 쏠림 현상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과열된 시장의 조짐으로 우려하지만, 실상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더 힘을 얻는다.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덕분에 앞으로 수년간 다양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2025년 2분기 기준 글로벌 벤처 투자는 910억 달러(약 131조 원)에 달했으며, 이 중 약 400억 달러(약 58조 원)가 AI 스타트업에 투입됐다. 오픈AI(OpenAI)와 스케일AI(Scale AI) 등 일부 기업이 유례없는 대형 투자 라운드를 유치하면서 AI 자금 유입을 주도한 결과다. 당시 16개 기업이 전체 글로벌 자본의 3분의 1을 흡수했고, 3분기에 들어서는 전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의 절반이 AI로 향했다. 특히 특정 기업이 한 분기 전체 자금의 3분의 1을 차지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집중 현상이 일종의 경고 신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거품이 끝나가는 시점보다는 오히려 기술 패러다임 전환의 초기 단계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1990년대 넷스케이프(Netscape)의 상장이 인터넷 시대를 연 것처럼, 이번엔 AI 인프라가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여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AI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 열기도 활발하다. 앤트로픽(Anthropic)이나 오픈AI 같은 선두 기업들은 자사 인재들이 로보틱스, 법률 자동화, 신약 개발 분야 등으로 창업하며 AI 기술을 산업별로 적용하고 있다. 10년 넘게 SaaS나 핀테크에 전념했던 개발자들 역시 이제는 AI를 내재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많은 AI 기업들이 실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고객에게 뚜렷한 투자 수익률(ROI)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엘리스AI(EliseAI)는 미국 주요 아파트 운영사들이 임대 업무를 자동화해 인건비를 최대 90%까지 절감하고 있으며, 발렌스(Valence)는 대기업 직원들에게 맞춤형 코칭을 제공해 생산성과 직원 유지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또 엑소드고(Exodigo)는 건설 전 지하 구조를 AI로 탐지해 매년 1250억 달러(약 180조 원)에 달하는 공사 손실을 예방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경제적 실체 없이 부채 중심으로 팽창했던 버블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오늘날 AI 투자 열기는 생산성 중심의 실물 기반 성장에 가깝고, 기존 산업을 개선하고 새로운 부문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 간 글로벌 GDP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14%에서 최대 5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S&P500 내 기술주의 비중은 이미 45%에 달하며, 미래에는 그 수치가 70% 이상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신규 제품과 서비스가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 속에서, 기술만이 지속적 성장을 보장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AI 주도 사이클은 이전 IT 또는 SaaS 시대보다 훨씬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SaaS 기업이 연매출 2천만 달러를 기록하기까지 평균 7년이 걸렸지만, 유망 AI 기업들은 이를 단 2년 만에 달성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연 2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AI 인프라에 대한 대형 투자들이 폭풍처럼 몰려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기술 변화에 베팅할 최적의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실제로 알파 파트너스(Alpha Partners) 같은 벤처투자사는 기술적 토대가 견고하고 고객 확보력이 뛰어난 기업에 집중 투자하며 이 기회를 실질적 수익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AI 중심 벤처 투자는 소수 대형 기업의 독점으로 좁혀지는 게 아니라, 전방위적인 확장을 통해 테크 생태계 전체를 견인하면서 새로운 성장 지평을 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변화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근본적 산업 구조를 뒤바꾸는 기술 전환기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