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한때 상승장을 주도했던 AI 반도체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다. 메타(META)가 구글(GOOGL)의 인공지능 전용 칩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2.59% 하락 마감됐다. 이는 AI 연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월가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이번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오는 2027년부터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TPU를 직접 도입하는 방안을 포함해, 구글이 보유한 TPU 클러스터를 임대·활용하는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다. 계약 규모는 최대 수십억 달러(약 수 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초기 도입은 2026년부터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메타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TPU는 올해 4월 처음 공개된 ‘아이언우드’ 모델로, 고속 HBM 메모리 192GB와 자체 개발 AI 연산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
아이언우드는 고속 행렬 연산에 특화된 ‘텐서코어’와 대형 임베딩 처리를 위한 ‘스파스코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천 개의 칩이 액체 냉각 방식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슈퍼컴퓨팅 클러스터 형태로 운영된다. 한 클러스터당 최대 42.5엑사플롭스의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이 플랫폼은 차세대 AI 학습에 적합한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메타는 이미 자사 추론용 AI 칩인 MTIA를 개발해 활용 중이며, 올해 말까지 새로운 버전을 배포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구글 TPU 계약 가능성은 메타가 내부 칩 개발보다는 외부 도입 전략을 통해 훈련용 연산 부하를 처리하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뜻한다는 분석도 있다.
엔비디아는 즉각 반응에 나서 성명을 통해 “구글의 AI 성과를 환영하며,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기존 고객 유지를 강조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현재 업계보다 한 세대는 앞선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AI 모델을 어디서든 구동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메타의 행보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점유율에 압박을 줄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메타 내부의 칩과 구글 TPU, 그리고 엔비디아 GPU가 역할을 분담하며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편, 구글의 주가는 1.62% 올랐고, TPU 설계에 참여한 브로드컴(AVGO) 역시 1.87% 상승 마감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강자들이 기술력과 사업 모델을 놓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