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AI 추론 기술 스타트업 그록(Groq)과 비독점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업계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은 금액 기준으로 약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에 달하며, 이를 통해 그록의 핵심 인력 일부도 엔비디아에 합류하게 된다. 여기에는 그록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조너선 로스와 사장 서니 마드라 등이 포함된다.

업계에선 이같은 방식의 거래를 '역 인수(RAA·reverse acquihire)'라 부르며, 기술력과 인재를 확보하면서도 반독점법 검토를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와 같은 구조는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메타(META)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AI 기술 확대를 위해 이미 여러 건을 활용해온 바 있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의 핵심은 그록의 대표 기술인 AI 추론 전용 칩인 LPU(Logical Processing Unit)다. 그록은 이 칩이 기존 그래픽카드보다 전력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며도 높은 추론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효율성은 칩 내부의 연산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결정론적 설계를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존 비결정론적 프로세서는 계산 순서 지연 현상, 일명 '크리스털 드리프트(crystal-based drift)'로 인해 성능 저하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록은 자체 개발한 '리얼스케일(RealScale)' 인터커넥트를 통해 LPU가 장착된 서버들 간의 연산 동기화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프로세서 내부 시계가 미세하게 느려지는 문제를 실시간으로 조정해, AI 추론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효율 저하를 방지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내부 메모를 통해 “그록의 저지연 프로세서를 자사의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통합할 계획”이라며, “엔비디아 플랫폼의 시너지를 통해 다양한 실시간 추론 작업까지 대응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록은 이번 계약 이후에도 독립적인 사업체로 운영을 계속할 예정이다. 새 CEO로는 기존 CFO인 사이먼 에드워즈가 내정됐다. 회사는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 '그록클라우드(GroqCloud)'를 통해 LPU 사용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AI 모델 라이브러리와 검색엔진 툴킷도 지원하고 있다.

그록의 매출은 올해 기준으로 5억 달러(약 7,2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되며, 2025년 상반기에 실적 개선 모멘텀을 타고 있다. 이번 기술 계약이 본격화되면, 엔비디아는 자사의 AI 추론 역량을 한층 강화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