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 자체보다 개발 속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가속주의'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중 양국은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AI 사고를 서로 알리는 제한적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크리스 하이엄스(Chris Hyams) 전 인디드 CEO는 22일 포천 칼럼에서 AI 위험을 인류 멸종 가능성에 한정하지 않았다. 일자리 감소, 아동 정신건강, 허위정보, 부의 불평등, 기후 문제까지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으로 제시했다.
하이엄스는 AI 주도권 경쟁이 안전장치 마련을 뒤로 미루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는 일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제시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AI 사고를 서로 통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통의 목표와 공통의 위협에 대한 공유된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백악관은 시 주석의 공식 방문 일정을 공개했지만, AI 안전과 사고 통지 체계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정상회담에서 이뤄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내 논쟁은 AI 개발 속도를 늦출지 여부를 놓고 갈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AI 개발 지연은 중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가운데, 안전론자들은 개발 경쟁이 위험 관리보다 앞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제이컵 콕슨(Jacob Coxon) 앤트로픽 연구원은 회사를 떠나며 AI 기업들이 안전보다 경쟁을 우선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그의 발언은 개인의 공개 주장으로, 앤트로픽 전체의 공식 입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도 AI 오용을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9월 AI 얼굴 합성, 음성 모방, 개인정보 공개 등을 다루는 사법 지침을 내놨고,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2022년 딥페이크를 포함한 심층합성 콘텐츠에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설명했다.
가속주의는 기술 개발과 도입 속도를 의도적으로 높여 사회 변화를 앞당기려는 관점이다. 마크 앤드리슨은 2023년 '기술 낙관주의 선언문'에서 "We believe in accelerationism"이라고 밝혔고, 포천 칼럼은 이런 주장이 규제 완화와 산업계 이해관계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AI 정책을 둘러싼 정치자금도 커지고 있다. AI 친화적 정책을 지지하는 슈퍼 PAC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는 2026년 중간선거를 위해 1억4000만달러(약 1926억원)를 모금했거나 사용할 계획으로 보도됐다.
다만 특정 기업 창업자의 출연 규모와 후보 낙선을 목적으로 한 실제 지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모금액과 사용 계획, 실제 집행액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 쟁점으로 남는다.
중국의 AI 정책과 미국의 기술 경쟁은 반도체와 AI 컴퓨팅 인프라 문제로도 이어진다. 포천은 중국 기업이 세계 AI 컴퓨팅 능력의 약 5%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AI 기업의 발전이 미국 모델을 '증류'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수치와 산정 기준은 독립적인 1차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엔비디아($NVDA) AI 칩 판매를 재개한 점을 두고도 정책적 긴장이 제기됐다. 구체적인 판매 재개 범위와 승인 조건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AI 안전 논쟁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중국 AI 기업이 앤트로픽 모델에 사용자 요청을 전달했다는 의혹처럼 모델 안전과 데이터 통제 문제는 분산형 AI, 온체인 에이전트, 분산 컴퓨팅을 둘러싼 논의와 맞닿아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사고 통지 체계가 공식 의제로 채택되거나 구체적인 협력안으로 이어질지는 24일 회담 결과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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