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보 에너지(Fervo Energy)가 미국 유타주에서 100MW 규모 차세대 지열발전소의 첫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날씨와 시간에 관계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지열발전이 전력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페르보 에너지는 24일 유타주 비버 카운티의 케이프 스테이션(Cape Station)이 ‘첫 전력’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페르보 에너지는 공식 발표에서 유틸리티 규모의 향상형 지열시스템(EGS)이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케이프 스테이션 1단계는 33MW급 지오블록(GeoBlock) 3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지오블록이 가동을 시작했으며, 페르보 에너지는 올해 말까지 1단계 전체의 가동률을 높일 계획이다.
100MW는 미국 가정 약 7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2단계에서는 400MW를 추가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상업운전은 2028년으로 예정됐다.
케이프 스테이션에는 400MW를 추가하는 3단계 계획도 포함됐다. 1~3단계가 모두 완료되면 전체 발전 규모는 900MW로 확대되며, 이는 미국 가정 약 100만 가구에 해당하는 전력 규모다.
EGS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열 저수지를 이용하는 전통적 지열발전과 달리, 석유·가스 산업에서 활용해온 수평 시추와 수압 자극 기술을 적용해 지하에 인공 저수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지열 자원이 있는 지역에 발전소를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시추와 저수지 조성을 통해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페르보 에너지는 지하 깊은 곳의 암반에 물을 주입하고, 400도 이상으로 데워진 물의 흐름을 이용해 증기를 만든 뒤 터빈을 돌린다. 발전에 사용한 물은 다시 지하로 보내 재순환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관련 자료에서 지열발전의 설비 이용률이 일반적으로 약 90%라며 하루 24시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는 EGS가 발전소 입지 제약을 줄여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전력 수요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대를 다룬 본지 보도에서도 전력 공급과 인허가, 건설 역량이 AI 인프라 확장의 주요 조건으로 제시됐다.
팀 래티머(Tim Latimer) 페르보 에너지 공동창업자는 “지열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라며 “EGS가 안정적이고 청정한 전력 수요에 대응할 기술적·상업적 성숙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가 이번 첫 전력 공급을 기술 실증을 넘어 상업 규모 사업의 출발점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잭 노벡(Jack Norbeck) 페르보 에너지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는 “첫 전력은 과학이 작동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시추와 완결 설계, 지하 모델링, 유량 시험을 거친 결과가 이번 전력 공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세대 지열발전이 대규모 전력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추 비용과 공사 기간을 낮추는 과제가 남아 있다. 케이프 스테이션은 약 1만 피트 깊이까지 시추한 뒤 수평으로 추가 시추해 지열 저수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페르보 에너지는 수평 시추와 수압 자극을 반복해 지하 저수지를 조성해야 한다. 따라서 발전 규모가 커질수록 같은 공정을 경제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지가 상용화의 핵심 조건이 된다.
케이프 스테이션은 2023년 가동을 시작한 페르보 에너지의 파일럿 프로젝트 레드(Project Red)에 이은 상업 규모 사업이다. 이번 첫 전력 공급으로 유틸리티 규모 EGS의 전력망 적용 사례가 확인됐지만, 추가 지오블록의 가동과 증설 일정은 남은 사업 단계에서 확인될 사안이다.
페르보 에너지는 올해 말까지 1단계 발전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고, 2028년 400MW 규모 2단계의 상업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3단계까지 완료되면 케이프 스테이션은 총 900MW 규모의 지열발전 단지로 확대된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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