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한 금융 혁신이 본격적으로 가시권에 들어왔다.
토큰증권(ST)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기반에서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디지털 증권이다. 기존 증권보다 발행과 유통이 편리하고, 동시에 보안성도 강화돼 ‘디지털 자산의 진화’로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조각투자 수요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토큰증권은 부동산, 미술품, 시계 같은 고가 자산을 쪼개 투자할 수 있게 해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술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기에, 중앙기관 없이도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 자동화된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수수료도 줄일 수 있어, 디지털 전환을 고민해온 전통 금융사들 입장에선 매력적인 분야로 비친다.
최근 국회에는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으며, 여야 모두 토큰증권의 제도권 진입에는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관련 제도 정비를 공약에 담은 상태다. ‘안전한 디지털 혁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실전 준비가 한창이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30일, STO(토큰증권 발행) 전문 기업인 바이셀스탠다드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계, 선박, 지식재산(IP) 등의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투자 상품을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함께 '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NFI)'를 결성해 이미 관련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고, 신한투자증권은 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과 함께 STO 유통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섰다.
농협은행, 케이뱅크, 펀블 등과 손잡은 NH투자증권, 조각투자 스타트업과 손잡은 KB증권도 자체 생태계 구축을 진행 중이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를 인수하며 일찌감치 분위기를 선도했다.
업계에선 법 제정이 완료되면 부동산 같은 친숙한 자산부터 토큰으로 내놓는 신상품이 잇따라 출시될 것이라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식과 채권도 점차 토큰화돼, 완전한 디지털 금융시장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나 ETF와 달리, 토큰증권은 기본적으로 증권의 법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제도와 친화적이며, 암호화폐 중에서도 제도권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