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의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가 XRP의 기관 채택 확대를 위한 다음 단계로 ‘프라이버시’를 공식 언급했다. 이는 XRP 원장(XRP Ledger)이 장기간 준비해온 기술적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갈링하우스의 발언은 최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사진 속 대화에서 비롯됐다. XRP 원장 개발자 중 한 명으로 활동 중인 ‘Vet’은 갈링하우스에게 기관 투자자들이 거래 해시를 공유하는 데 있어 필요한 요건을 묻자, 갈링하우스는 단호히 “프라이버시”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진 대화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규제 준수 기능을 XRP 원장에 도입했지만,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은 바로 프라이버시”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XRP 원장은 탈중앙식 식별자(DID), 온체인 자격 증명, 권한 기반 도메인 등을 통해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점진적으로 구현해왔다. 또한 다목적 토큰(MPT)으로 실물 자산 토큰화 기능을 강화하고, AMM(자동화된 마켓메이킹)을 주문서 기반 거래와 결합한 원장 기반 탈중앙 거래소도 운용 중이다.
하지만 개발자들과 리플 측은 여전히 중요한 마지막 요소로 프라이버시 계층 구축을 꼽고 있다. 그 핵심은 'XLS-66'이라는 제안서를 통해 설계된 기능으로, 기관이 토큰화한 실물 자산을 담보로 설정하고 이를 다른 당사자와 대출하거나 거래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제로 지식 증명(ZKP) 기술을 활용해 거래 금액이나 잔고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블록체인 상에서 규제 기관의 검증은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리플 엔지니어링 수석 디렉터 아요 아킨예레(Ayo Akinyele)는 프라이버시 기능이 도입될 경우 “앞으로 10년 내 수조 달러 단위의 기관 자산이 온체인으로 옮겨오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킨예레는 특히 2026년 1분기를 목표로 연기된 프라이빗 MPT 기능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은 기관이 대량의 담보 자산을 시장에 노출시키지 않고도 교환 및 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함께 ‘XLS-100’과 ‘XLS-101’ 기반의 스마트 에스크로(smart escrow) 및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s) 기능도 프라이버시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통합될 예정으로, XRP 원장은 향후 기관 중심 금융 인프라로 본격 진화할 수 있는 기틀을 갖춰가고 있다.
프라이버시는 단지 규제 회피가 아닌, 경쟁사로부터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온체인에서의 투명성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XRP 생태계의 이 같은 전략이 본격화되면, 기관의 블록체인 채택 장벽을 큰 폭으로 낮출 마중물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