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 거래의 중추 역할을 해온 SWIFT가 본격적인 블록체인 전환에 나선 가운데, 리플(XRP)의 확장된 활용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국경 간 송금 시장을 둘러싼 양측의 경쟁 구도가 가시화되면서, 업계는 새로운 표준의 탄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WIFT는 오랫동안 전 세계 200여 개국 이상의 금융 기관을 연결하는 국제 송금 메시지 네트워크로 기능해왔다. 자체적인 결제 이행은 하지 않지만, 보안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금융기관 간 결제 지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시스템 노후화, 규제 대응, 기존 기관의 변화 저항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응해 SWIFT는 최근 블록체인 기업 콘센시스(ConsenSys)와 손잡고 실시간 결제용 공유 원장(레저)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토큰화 자산을 포함한 다중 네트워크 간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명백히 XRP가 구현해온 즉시 결제∙비예치 결제를 의식한 행보다.
리플은 본래의 송금 기능을 넘어 다양한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일본의 SBI 리밋(SBI Remit)과 아프리카-아시아 연계 송금 금융사 Pyypl 등은 리플의 주문형 유동성(ODL) 솔루션을 활용해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송금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XRP는 항공 마일리지, 여행 서비스 등 포인트 생태계에도 접목되고 있다. 예컨대 웨버스(Wetour)는 중국국제항공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피닉스마일즈(PhoenixMiles)를 대상으로 3억 달러(약 4,170억 원) 규모의 리저브를 바탕으로 XRP 기반의 바우처 및 멤버십 포인트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다.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공항 픽업 서비스, 해외 부가 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XRP가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단순 지급 수단을 넘어 실물경제 통합 영역까지 뻗어나가며, XRP는 고유의 네트워크 가치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리플의 전략적 파트너인 일본의 SBI홀딩스는 XRP를 핵심 원자산으로 간주해, 계열사인 SBI VC 트레이드 및 SBI 리밋에 적극 도입하고, 호가창 운영 및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에 XRP를 크게 반영하고 있다.
자금 이체 생태계를 둘러싼 SWIFT와 리플의 양강 구도는 이제 신기술, 제도 수용 속도, 실제 금융기관 채택률 등 복합 요인의 싸움으로 번졌다. 기존 금융권과 블록체인 기술 간 주도권 다툼은 점차 실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대전환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