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AI 활용 암호화폐 해킹 급증…피해액 4조 5천억 원 돌파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 범죄가 암호화폐 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저명한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후지모토 마이(Mai Fujimoto)의 계정이 해킹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보안 경계령에 돌입했다. 이날 사건은 미심쩍은 링크 하나로 시작돼 안면 인식 영상까지 속여낸 첨단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을 여실히 보여줬다.

후지모토는 ‘미스 비트코인’으로 활동하는 유명 인사다. 지난 6월 20일, 그녀는 평소 알고 지낸 인물과의 화상 통화를 진행하던 중, 상대방의 얼굴을 식별하고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통화 도중 음성 지연 문제가 발생하자, 상대방이 문제 해결을 명목으로 전송한 링크를 클릭했고, 그 순간부터 모든 보안이 무너졌다. 해당 링크에 포함된 악성코드는 후지모토의 텔레그램과 메타마스크 계정을 마비시켰고, 그녀의 주요 X(옛 트위터) 계정까지 탈취당했다.

그녀는 즉시 본인의 계정에서 탈취 사실을 알리며, 팔로워들에게 "해당 계정에서 전달되는 링크를 절대 클릭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번 공격은 AI 기술이 이용자의 신뢰를 흔드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바이낸스 설립자인 자오창펑(CZ)도 같은 날 경고 메시지를 X에 게재하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머지않아 영상통화 인증조차 무력화될 것”이라며 신뢰하고 있는 지인에게서 받은 링크라도 공식 출처가 아닐 경우 설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자오창펑의 팔로워는 1천만 명 이상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 해킹 사례가 아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조직 범죄의 전형적인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투자사 비트겟(Bitget)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고액 암호화폐 사기의 약 40%에 딥페이크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33억 달러(약 4조 5,870억 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AI를 통해 일론 머스크(Elon Musk) 등의 유명 인사를 흉내 낸 가짜 홍보 영상 제작, 잠복식 고객센터 채팅 수행, 그리고 화상 회의 도구에 담긴 악성 링크 배포 등 다양한 수법이 활용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별도 분석에선 AI 딥페이크가 KYC(고객 확인 절차)를 우회하거나 사기 행위를 자동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기업인을 가장한 영상으로 피해자를 속이고 자금을 편취한 일당 31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총 2,450만 달러(약 340억 5,000만 원)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AI 기반 범죄가 진화함에 따라, 단순한 보안 수칙만으로는 사용자들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기존의 인증 절차와 신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이상 안전장치가 될 수 없다는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모든 소통 흐름에 다중 검증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탐지 가능한 AI 디펜스 솔루션 도입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