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의 혼란상과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정면으로 드러낸 코인베이스(Coinbase)의 신작 광고 캠페인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verything Is Fine(모두 괜찮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캠페인은 사회 풍자의 무기를 들어 암호화폐 광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광고는 영국의 경제 현실, 특히 고물가와 주거비 상승 등을 냉소적인 유머로 포착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유도했다. 겉으로는 "모두 괜찮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지만, 들여다보면 천정은 무너지고, 집 안은 물에 잠기며, 쥐들이 쓰레기 주변을 배회하는 등 금융 위기의 상징적 장면들이 이어진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무기력한 불신을 암시하는 연출이다.
광고는 세계적인 광고 대행사 마더(Mother)와 연출가 스티브 로저스(Steve Rogers)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이들은 기술 우위나 수익률을 앞세운 전형적인 암호화폐 홍보 대신, 문화적 공허 속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블랙코미디를 택했다. 특히 “두바이로 떠납니다. 이젠 탈출할 시간이죠”라고 말하는 고급 차량 속 인물은, 올해만 1만6,500명의 고액 자산가(HNWI)가 영국을 떠났다는 헤클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의 보고서를 반영한 장면이다.
광고 캠페인은 단순한 주목을 넘어서 하나의 사회적 화두로 부상한 분위기다. 암호화폐 팟캐스트 진행자 피터 맥코맥(Peter McCormack)은 이를 두고 “정말 탁월한 작업”이라며 코인베이스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에게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냈다.
이번 캠페인은 암호화폐 산업이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유머와 메시지로 풀어낸 이 광고는, 코인베이스를 단지 거래 플랫폼이 아닌 문화적 담론을 이끄는 기업으로 포지셔닝했다.
기술 중심의 서사가 지배적이던 암호화폐 광고 시장에서, ‘Everything Is Fine’은 정서적 리얼리즘과 대중 정서의 반영을 통해 차별화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코인베이스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신뢰는 매출보다 먼저, 진정성은 마케팅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