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정체된 듯 보이는 가운데, 기관들의 조용한 비트코인(BTC) 매집이 시장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립토 평론가 우디 베르트하이머(Udi Wertheimer)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기관 투자자들이 ‘묵묵히’ 시장의 오래된 투자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이전에는 없던 강제 수요 구조”라고 분석하며,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베르트하이머는 “오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를 비롯해 일정 비율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이 시간에 따라 이더리움(ETH), 솔라나(SOL)와 같은 다른 자산으로 분산하며 비트코인을 내다 팔고 있다”며, 이 물량을 기관들이 묵묵히 흡수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기관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와는 다르며, 사실상 시장 구조상 비트코인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강제 매수자(forced buyer)’라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그는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의 전략을 들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매수하면서 회사를 사실상 BTC 기반 기업으로 전환시켰고, 매수를 멈추는 순간 회사가치도 급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베르트하이머는 “이전에는 규제나 재정 악화 등으로 인한 강제 매도 사례는 많았어도, 이번처럼 매수를 멈추면 버티기 어려운 강제 매수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는 현재 시장이 ‘기존 보유자들의 마지막 매도 구간’에 진입했으며, 이후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면 폭발적인 상승장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월가가 우리의 비트코인을 다 사 갔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며, 시장에 잠재된 모멘텀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베르트하이머는 이 같은 구조 아래에서는 비트코인이 40만 달러(약 5억 5,600만 원)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도 보수적인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는 터무니없는 수치처럼 들릴 수 있지만, 곧 아주 현실적인 가격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더리움 기반 트레저리 기업들의 등장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취약성 등 시장의 새로운 변수들에 대한 그의 분석은 기존의 암호화폐 투자 패러다임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 베르트하이머는 “다음 비트코인 상승장에서 오히려 오래 이 시장에 있었던 토착 투자자들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새로운 국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