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가치가 일정한 디지털 자산) 발행 가능성에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최근 관련 법제화 논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권은 기술 검증부터 글로벌 협력까지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주요 은행은 미국의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 서클(Circle)과 회동을 조율 중이다. 서클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C는 달러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국제 송금 및 결제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논의를 통해 향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이나 원화 기반의 자체 발행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작업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까지 발행 주체로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은행권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과 인프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KB금융그룹은 가상자산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조직 내에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상설화했다. 이 조직은 외부 협업 방안과 정책 변화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에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블록체인을 통한 특정 용도의 프로그래밍 기능까지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은 국내외 정책 및 기술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해외송금과 국제 결제에 활용되는 상황을 가정해 인프라를 준비 중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디지털 자산 수탁(관리와 보관) 및 토큰화 자산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과 공동 설립한 ‘비트고코리아’의 국내 인허가 절차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도 ‘디지털자산 팀’을 구성해 독자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관련 상표권 20건을 출원한 데다, 금융권 공동 기구인 ‘오픈블록체인·DID 협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공동 발행 및 유통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제도화가 가시화되면 본격적인 시장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은행과 민간 기업이 주도권 확보를 놓고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는 구도가 전개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내 디지털 자산 생태계도 더욱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