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파생상품 시장, 5만%대 청산 불균형…폭풍 전 고요 신호인가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XRP가 파격적인 청산 비율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1시간 사이 XRP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약 5만 6,076%에 달하는 극심한 청산 불균형이 발생했으며, 이는 불과 수 분 만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인데스크 계열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해당 시간 동안 XRP 강세 포지션에서는 약 5만 6,076달러(약 7,800만 원)의 롱 포지션이 청산된 반면, 숏 포지션에서는 청산 기록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눈에 띄는 점은 단순히 숏 포지션이 이익을 본 상황이 아니라, 아예 시장에 숏 포지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형적인 거래 심리의 극단적 편향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XRP 가격은 여전히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인 3달러(약 4,170원) 수준을 넘지 못한 채 불안정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일방적인 청산이 발생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극도로 한 방향에만 베팅하고 있어, 시장 구조상 상당한 '돌발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가격에 비해 투자 심리가 훨씬 과열돼 있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것이 온체인 데이터 분석가들의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청산 불균형은 다수 투자자가 한쪽 방향에만 포지션을 잡았을 때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처럼 숏 포지션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이는 오히려 과도한 낙관론이 팽배해져 보수적 투자자들이 시장 참여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단방향 청산은 비단 XRP만의 현상이 아니다. 과거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에서도 유사한 청산 편향이 나타난 직후 급등 혹은 급락 이벤트가 발생한 바 있다. 일례로, 2021년 하반기 BTC의 급격한 조정도 평형을 잃은 파생상품 포지션이 발단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이번 청산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폭풍 전의 고요가 이어지는 시점, 방향성보다는 리스크 노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선택적 침묵을 보이는 XRP 공매도 투자자들의 ‘무관심’이 곧 조정의 전조일지, 아니면 본격적인 랠리의 예고편일지,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