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의 사업 협력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양사 간의 주식 교환을 포함한 지분 구조 변화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 확보에 중점을 둔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일 대신증권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가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시장에서는 이번 주식 교환이 현실화할 경우,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네이버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 기업의 기업 가치를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시나리오의 개연성이 엿보인다. 비상장 기업인 두나무는 현재 약 12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3조에서 5조 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역시 두나무는 약 1조 1천900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1천35억 원으로 집계돼 규모와 수익성 측면에서 두나무의 우위가 확연하다.
대신증권은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주식 교환이 이뤄질 경우 송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영권을 갖게 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송 회장 입장에서도 양사 간 거래의 의미를 극대화하고, 리더십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만일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이에 따라 두나무의 실적이 네이버 연결 실적에 편입된다면, 네이버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네이버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대신증권은 이번 협력 논의의 방향성을 단기 실적보다는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네이버와 두나무는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가치가 고정된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스테이블코인을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에 연동해 실물경제에서 활용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예치금으로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수익 모델 전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결제 수수료 절감은 물론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빅테크 기업들이 단순한 플랫폼사업을 넘어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로 확장하는 추세 속에서, 네이버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사업의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블록체인과 결제시스템의 융합은 네이버의 중장기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