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또 한 번 격동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리플(Ripple)의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CEO가 은행들이 아직 XRP를 채택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공개했고, 비트코인(BTC)은 최근 고점 대비 하락세를 보이며 약세 흐름으로 전환됐다. 한편, 바이낸스코인(BNB)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XRP를 제치고 3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다시금 이동하고 있다.
갈링하우스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XRP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로 프라이버시 문제를 지목했다. 규제나 기술적 이슈가 아닌, 거래 해시와 주소가 모두 퍼블릭 블록체인에 노출된다는 점 때문에 기업 고객들이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가명화된 데이터조차 발신자의 정체를 완전히 숨기지 못한다"며 은행들의 고충을 대변했다.
이에 따라 리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크리덴셜스(Credentials)’라는 신기술을 내놓았다. 이는 KYC 기능이 내장된 프라이버시 보호 프로토콜로, 기관들이 데이터 통제를 강화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탈중앙 신원인증(DID)'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갈링하우스는 “진정한 은행 통합은 기업 수준의 기밀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실현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런 공표와 함께 XRP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타격을 입었다. 시장에서 급등한 바이낸스코인이 XRP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3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BNB의 시가총액은 약 1,139조 원(약 1836억 달러)으로 치솟았고, XRP는 약 1,088조 원(약 1717억 달러) 수준으로 밀려났다. 이 변동은 대규모 하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바이낸스 생태계의 급격한 부활과 ‘밈코인 불장’ 덕분이다.
특히 바이낸스 창립자 CZ가 밀고 있는 디파이 파생거래소 ‘아스터(Aster)’가 점화점이 됐다. 일주일 만에 아스터 토큰 가격이 8000% 폭등했고, 이를 바탕으로 BNB 체인에서 수많은 밈코인이 출현하며 투자자들의 광풍이 몰렸다. 이 흐름 속에서 XRP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XRP가 가까운 시일 내에 3.10달러(약 4,309원)를 회복하지 못하면 10월 내내 추가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도 마냥 녹록지 않다. 사상 최고가였던 126,000달러(약 1억 7,514만 원)에서 하락하며 현재는 약 121,000달러(약 1억 6,819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24시간 동안 약 4%의 하락률로,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를 “과열 청산 이후의 건전한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거래소 보유량이 6년래 최저치인 283만 BTC 수준까지 줄어든 점은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심리가 낮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시장 외적 요인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국채금리 급등과 미국 연방정부의 일부 셧다운 사태가 글로벌 유동성을 위축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 자산 전반에 하방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기관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유입은 여전히 견조하며, 지난주에만 비트코인으로 유입된 금액이 약 4조 9,345억 원(약 35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더리움(ETH)은 현재 약 4,480달러(약 623만 원) 선에서 거래 중이고, 바이낸스코인은 3% 추가 상승하며 약 1,320달러(약 183만 원)까지 상승했다. 소형 대체불가능토큰(NFT) 및 디파이 코인들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도지코인(DOGE)과 시바이누(SHIB)는 약세 전환에 들어갔다. 특히 도지코인은 0.29달러(약 403원), 시바이누는 0.0000124달러(약 0.017원)를 나타내고 있어, 밈코인 열풍이 일부 영역에선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10월 초반 강한 랠리를 보였던 ‘업토버(Uptober)’는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여전히 강세장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시장은 다시 한번 반등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