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하루 만에 무려 2조 1,000억 달러(약 2,919조 원) 증발하면서, 전체 암호화폐 시장가치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 사라졌다. 이는 금과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주요 자산 간의 가치 이동 논쟁에서 다시 한 번 금의 변동성이 부각된 사건이다.
원자재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Peter Brandt)에 따르면, 이번 급락은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3조 7,000억 달러(약 5,143조 원)의 약 55%에 달하는 규모다. 기록적인 하락세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도 즉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금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비트코인으로의 회전은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금의 위기를 인정하기보단 단기 현상으로 치부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한때 10만 4,000달러(약 1억 4,456만 원)를 돌파하며 금 대비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고래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으로 불과 수 시간 만에 상승폭을 반납했다. 그 결과 현재는 10만 8,177달러(약 1억 5,032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금의 하락이 자산 간 세대 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바이낸스 CEO 창펑 자오는 비트코인이 언젠가 금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것이라며, 그 시점은 명확하지 않지만 결국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갤럭시 디지털 CEO 마이크 노보그라츠 역시 같은 입장을 보이며, 젊은 세대는 금보다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금 대비 27% 하락했으며, 이번 급락에도 불구하고 금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낙관론자인 앤서니 팜플리아노는 “금에서 비트코인으로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번 금의 급락은 단순히 가격 하락을 넘어, 디지털 자산이 전통 자산의 대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본격적인 시험대가 되고 있다. 시장은 점점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안전자산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냉정한 평가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