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토큰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가 21일(현지시간) 개최한 ‘페이먼트 이노베이션 콘퍼런스’가 ‘토큰화 금융상품(Tokenized Products)’ 세션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마지막 세션은 월가 주요 금융기관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인프라가 결합하는 ‘토큰화 자산 시대’의 도래를 공식 선언한 자리로 평가된다.
세션은 콜린 설리번(Colleen Sullivan) 브레번하워드디지털(Brevan Howard Digital)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패널로는 제니 존슨(Jenny Johnson)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 CEO, 돈 윌슨(Don Wilson) DRW CEO, 롭 골드스타인(Rob Goldstein) 블랙록(BlackRock) COO, 카라 케네디(Kara Kennedy) JP모건 오닉스 키넥시스(Onyx Kinexys)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시장과 코드의 융합”…토큰화가 금융의 언어를 바꾼다
설리번은 “토큰화는 이제 실험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인프라가 양방향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스테이블코인, 토큰화된 국채, 머니마켓펀드, 주식 등 모든 자산이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상호 작동하는 새로운 금융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이 과정을 “24시간 작동하는 프로그래머블 금융시스템으로의 전환”으로 정의했다. 과거의 ‘배치 처리(batch)’ 중심 결제 시스템은 실시간 합의 기반의 블록체인 구조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랭클린템플턴 “블록체인은 새로운 회계 인프라”
프랭클린템플턴의 제니 존슨 CEO는 자사 토큰화 펀드를 예로 들며 “우리는 이미 자산 운용을 블록체인 네이티브 구조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의 머니마켓펀드는 단순히 블록체인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직접 운용된다”며 “한 투자자가 펀드를 4시간 22분 보유했다면, 정확히 그 시간만큼의 수익이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존슨은 “과거에는 하루 단위로 정산(batch settlement)을 진행해야 했고, 막대한 백오피스 인력이 필요했다”며 “이제 블록체인은 정산 자체를 없앤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미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밸리데이터 노드를 운영 중이며, 전통 자산과 토큰화 자산이 공존하는 포트폴리오를 실험하고 있다”며 “이것은 유행이 아니라 효율성의 진화”라고 말했다.

DRW “미국 국채, 이미 온체인에서 거래 중”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 DRW의 창립자 돈 윌슨은 “우리는 이미 온체인 미국 국채 레포(Repo) 거래를 상시적으로 실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래에는 중개기관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으며, DTC(Depository Trust Company)가 블록체인 상에서 직접 결제를 수행한다. 거래는 원자적(atomic)으로 실행되고, 캐시 레그는 USDC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윌슨은 이를 “현대 자본시장의 청사진”이라 표현했다. “이것은 실험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온체인 금융시대의 예고편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블랙록 “전통 자본시장과 디지털 시장의 다리 역할할 것”
블랙록 COO 롭 골드스타인은 “2014년만 해도 나는 회의론자였다. 하지만 지금 블랙록은 두 금융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를 직접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iBIT)를 통해 전통 투자자가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상에서 운용되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BUIDL’로 전통 상품을 디지털 생태계에 편입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스타인은 “이제 막 경기의 첫 이닝이 시작된 수준”이라며 “전 세계 주식 시가총액이 120조 달러에 달하지만, 온체인으로 이전된 비중은 아직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10년은 완전한 디지털 전환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 “토큰화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JP모건 오닉스 키넥시스의 카라 케네디 공동대표는 “우리는 유동성 관리와 결제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토큰화를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 국채를 토큰화해 분 단위 레포 거래를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자금 사용 시간을 최소화하며 리스크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JP모건이 최근 코인베이스의 베이스(Base) 네트워크 위에 출시한 ‘JPM Deposit Token(JPMD)’은 “공공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은행 등급 디지털 현금(Bank-Grade Digital Cash)”이라며 “실제 금융 기관 간 결제에 사용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실험이 아니라 인프라 혁신이다. 전통 시스템과 디지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다리이며, 금융의 상호운용성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토큰이 같은 것은 아니다”…규제·위험 논의도 이어져
토큰화의 구조적 리스크와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였다. 케네디는 “토큰화 예금, 스테이블코인, 증권형 토큰은 서로 다른 기능과 법적 지위를 가진다”며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은 “토큰의 신용도는 담보 자산이 결정한다”며 “단기 국채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과 상업어음 기반 코인은 전혀 다른 위험 구조를 가진다. 가장 약한 고리가 시스템 리스크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윌슨은 “감독되지 않은 중개기관이 토큰화 구조를 잘못 설계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토큰화 자산이 전통 자산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갖도록 규제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시장은 불가피”…연준의 역할도 거론
패널들은 토큰화된 자산 시장이 결국 ‘24시간 글로벌 거래 체제’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슨은 “결제가 24시간 가능해지면 담보 이동도 24시간 체계로 가야 한다”며 “연준이 SEC, CFTC, OCC와 함께 토큰화 담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케네디는 “모든 기관이 동일한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점진적 하이브리드 구조를 통해 시장이 자연스럽게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스타인은 “규제가 명확해지고 은행이 적극 참여할 때 비로소 대규모 확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존슨은 “규제 일관성과 투명성이 혁신을 가속화한다. 명확한 규칙이 곧 시장의 성장 기반”이라고 말했다.
“5년 내 자주 거래되는 자산은 모두 온체인으로”
패널들은 향후 5년 전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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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존슨: “도입은 느리지만, 어느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전통 시스템과 토큰화 시스템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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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윌슨: “5년 안에 자주 거래되는 모든 금융상품은 온체인으로 옮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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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골드스타인: “토큰화 ETF와 포트폴리오는 업계 표준이 될 것이다. 부의 이동은 이미 증권계좌에서 지갑(wallet)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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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케네디: “상업은행 디지털 머니가 성숙하면, 그 위에 프로그래머블 투자 상품이 쏟아질 것이다.”
“연준과 월가, 같은 무대에서 토큰화를 논하다”
이번 마지막 세션은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블랙록, JP모건, 프랭클린템플턴, DRW가 “토큰화는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인프라”임을 공식 선언한 순간이었다. 중앙은행의 회의장에서 월가가 토큰화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이는 전통 금융 질서의 구조적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행사 및 관련 세션 내용은 토큰포스트 연준 (Federal Reserve) 토픽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