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토큰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가 21일(현지시간) 개최한 ‘페이먼트 이노베이션 콘퍼런스(Payments Innovation Conference)’에서 첫 패널 세션으로 전통 금융(TradFi)과 디지털 자산(DeFi)의 융합을 다뤘다. 연준이 공식 행사에서 ‘탈중앙화 금융’을 전면 의제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금융 인프라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자리였다.
세션은 리베카 레틱(Rebecca Rettig) 지토랩스(Jito Labs) 최고법률책임자(CLO)가 사회를 맡고, 세르게이 나자로프(Sergey Nazarov) 체인링크(Chainlink) CEO, 재키 리시스(Jackie Reses) 리드뱅크(Lead Bank) CEO, 마이클 셜로브(Michael Shaulov)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CEO, 제니퍼 바커(Jennifer Barker) BNY 글로벌 트레저리 서비스 총괄이 패널로 참여했다.

“대체 아닌 연결”…연준, 첫 ‘디파이’ 공식 토론
레틱 사회자는 “전통 금융 시스템과 중개자 없는 디파이 시스템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주제”라며 “오늘의 주제는 ‘대체’가 아니라 ‘교량(bridge)’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디파이의 시장 규모는 아직 작지만, 혁신의 방향은 분명하다”며 “연준이 이런 논의를 직접 주관한다는 점이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체인링크 “상호운용성이 핵심…금융 인프라 표준화 시급”
체인링크의 세르게이 나자로프 CEO는 “현재 금융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에서 가장 큰 과제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며 “스위프트(SWIFT), JP모건, UBS 등과 함께 전통 결제망과 블록체인 간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수많은 블록체인들이 각기 다른 표준으로 운영되며 자본이 단절(siloed)된 상태”라며 “이 자본을 연결할 표준화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결제 인프라 전환의 핵심은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법적·회계적·규제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라며 “향후 2~5년은 기존 시스템과 블록체인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리드뱅크 “은행은 아직 준비 안 됐다…그러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리드뱅크의 재키 리시스 CEO는 “현실적으로 은행 시스템은 이런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미국 내에서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을 다루는 은행은 10곳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은행 인프라의 핵심 서비스인 이체·예치·자금 관리가 점차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동 중이며, 향후 1~2년 내 주요 코어뱅킹 업체들이 스테이블코인 지갑 서비스를 통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소비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커피를 사는 시대는 아직 멀었지만, 기관 간 결제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파이어블록스 “디지털 자산 5조 달러 이동…은행 시스템 속도 따라오지 못해”
파이어블록스의 마이클 셜로브 CEO는 “올해만 5조 달러 규모의 디지털 자산이 우리 인프라를 통해 전송되고 있다”며 “이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1970~90년대 기술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블록체인의 실시간 합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은행 내부 IT 프로세스가 진화하지 않으면 결코 양쪽 시스템이 통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1년부터 기관용 디파이 모델을 실험 중이며, 향후 온체인 신원(On-chain ID)과 규제된 디파이(Regulated DeFi)가 결합되면 기관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BNY “블록체인과 전통금융은 대체 아닌 공존”
BNY의 제니퍼 바커 글로벌 총괄은 “결제 혁신의 핵심은 속도와 신뢰이며, 디지털 자산 기술은 이를 강화하는 수단”이라며 “블록체인과 전통 금융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공존 관계”라고 말했다. 그녀는 “BNY는 이미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와 실시간 결제 인프라를 통합했으며, AI 기반 결제 모니터링과 데이터 표준화(ISO 20022)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큰화 예금과 스테이블코인은 공존할 것”
후반부에서는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s)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논의됐다. 바커는 “토큰화 예금은 은행 내 예금을 디지털로 표현한 형태로, 결제 효율성과 유동성 최적화에 유리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외부에서 작동하지만 두 시스템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인링크의 나자로프는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s)과 투명한 데이터 구조가 스테이블코인 신뢰의 핵심”이라며 “궁극적으로 시장이 가장 안전한 자산 구조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지식과 실행력”
리드뱅크의 리시스는 “지금 금융권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역량(capability)”이라며 “대부분의 은행은 블록체인 구조를 이해하거나 빠른 개발 주기로 대응할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규모보다 속도가 중요한 시대다. 다섯 명의 유능한 엔지니어가 만 명의 관료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연준에서 디파이를 논의하다…이것이 변화의 징후”
세션을 마무리하며 체인링크의 나자로프는 “앞으로 디파이는 규제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스마트 계약이 스스로 규제 요건을 이행하고 거래 투명성을 자동화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틱 사회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준에서 디파이를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오늘의 토론 자체가 금융 인프라의 지각 변동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행사 및 관련 세션 내용은 토큰포스트 연준 (Federal Reserve) 토픽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