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속 해커 조직이 국내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 수위를 점차 높여가면서,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PC를 원격 조종해 주요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위치를 추적하는 등, 이전보다 한층 정교하고 파괴적인 수법까지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한 배후 해킹 조직이 구글 계정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정 정보를 탈취한 뒤,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적절한 시점을 골라 원격으로 스마트기기를 초기화하거나 파일을 삭제하는 방식의 사이버 공격이 발견됐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의 스마트폰이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 있을 때를 노려 기기를 초기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단순 정보 탈취를 넘어 시스템 파괴까지 의도한 공격으로 여겨진다.

정보보안업체 지니언스 시큐리티 센터는 위협 분석을 통해 이번 공격이 장기간에 걸쳐 정교하게 실행되었으며, 개인 기기로부터 사진, 연락처, 문서 등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지인에게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피해 규모를 확장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감시에 웹캠까지 활용한 정황이 드러난 점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해킹 사례는 초기 북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예컨대 대북 사업가나 인권운동 단체 관계자—을 대상으로 했으나, 점차 이들의 가족이나 지인 등 일반인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행정망에서 사용하는 공공 인증서(GPKI)와 비밀번호까지 확보해 공무원의 내부 시스템에 침투한 정황도 포착되면서, 국가 차원의 보안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북한 해커들의 활동에 보조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북한 배후 사이버 공격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프로그래밍 실력이나 외국어 커뮤니케이션 역량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왔음을 분석하면서, 이 기술이 사이버 공격의 수준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 이용은 단지 기술적 성과를 넘어서, 외화 확보와 제재 회피라는 북한의 전략적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평가된다.

지난 2019년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58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바 있는데, 당시 수법과 유사한 공격이 6년 만에 같은 거래소에서 재차 발생하면서 당국의 경계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점점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며, 단순한 사이버 범죄를 넘어 국가 안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해킹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개인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정보도 보다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 강화와 민간의 경각심 제고가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