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이 2조1000억달러(약 2875조원) 줄어드는 동안 온체인 경제활동은 1.6%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가격 하락 폭에 비해 결제·송금 등 실제 자금 이동은 상대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이널리시스는 23일 공개한 ‘2026 글로벌 가상자산 채택 지수’에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세계 가상자산 경제 규모가 9조5000억달러(약 1경3006조원)에서 9조4000억달러(약 1경2879조원)로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약 50% 감소했다.
체이널리시스가 집계한 경제활동에는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금융(DeFi), 대출 플랫폼의 서비스 유입, 국내 개인 간 거래, 국경 간 거래가 포함됐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번 수치가 실제 경제활동의 ‘하한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와 DeFi 등 서비스로 유입된 자금은 4.3% 감소한 8조9000억달러(약 1경2184조원)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국가 안에서 개인 지갑끼리 직접 이동한 자금은 302.9% 증가한 2287억달러(약 313조원)로 집계됐다.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이동액은 77.5% 늘어난 2203억달러(약 302조원)였다. 평균 거래 규모는 약 3000달러(약 411만원)로, 공급업체 대금 지급과 해외 송금,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피하기 위한 저축 이동 등 일상적 용도와 맞닿아 있었다.
월간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이동액은 지난해 1월 110억달러(약 15조원)에서 올해 6월 240억달러(약 33조원)로 증가했다. 송신국과 수신국을 모두 확인할 수 없는 거래는 제외돼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필립 그래드웰(Philip Gradwell) 테더 경제 부문 부사장은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서 “활동이 급증과 급락을 반복하기보다 지갑을 통해 일정한 리듬으로 이어졌다”며 “투기보다 무역과 사업 활동의 특징에 가깝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 증가가 단기 가격 거래보다 결제와 송금 수요에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온체인 보유 잔액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체 온체인 잔액은 지난해 9월 8600억달러(약 1177조원)에서 올해 6월 4400억달러(약 602조원)로 줄었다. 같은 기간 스테이블코인 잔액은 980억~1090억달러(약 13조~15조원) 범위를 유지했지만, 이를 제외한 자산 잔액은 55.6% 감소했다.
이번 지수는 서비스 유입, 국내 개인 간 거래, 국경 간 거래, 온체인 잔액 등 네 항목을 새 방식으로 결합했다. 체이널리시스가 새 방법론을 적용한 국가별 가상자산 활동을 집계한 결과 117개국 중 브라질이 1위를 차지했고 미국·나이지리아·일본이 뒤를 이었다. 국내는 5위, 중국은 12위로 집계됐다.
브라질의 가상자산 경제 규모는 2525억달러(약 346조원)로 산출됐다. 브라질은 국경 간 거래 2위, 서비스 유입 3위, 국내 개인 간 거래 3위, 온체인 잔액 4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보유 자산의 가격을 반영한 규모인 반면, 온체인 경제활동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자금 이동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자산 가격이 하락해도 결제·송금이나 지갑 간 이동이 유지되면 두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번 지수의 국경 간 거래에는 송신국과 수신국을 신뢰성 있게 식별할 수 있는 전송만 포함됐다. 개인 지갑 간 거래에서는 일부 자산과 대규모 비트코인(BTC) 이동도 제외됐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를 과거 지수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체이널리시스가 집계 방식을 바꾼 데다 실제 경제활동 전체가 아니라 제한된 온체인 활동의 하한선을 산출했기 때문이다.
국내는 전체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하며 국가 간 자금 이동과 개인 지갑 거래를 포함한 새 평가 방식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번 자료만으로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의 결제·송금 비중이나 반복적인 소비자 결제 규모를 별도로 확인할 수는 없다.
체이널리시스의 이번 지수는 가격과 사용량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스테이블코인과 개인 지갑 간 거래 증가가 이어졌지만, 집계 범위와 방법론이 달라 전체 시장의 실제 이용량을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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