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들 지갑 닫기 시작했다…5월 소매 판매 증가에도 '긴축 소비' 뚜렷

5월 미국 소매 판매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소매업체들은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미소매연맹(NRF)은 5월 핵심 소매 판매(음식점·자동차·가스 제외)가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급격한 상승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셈이다. NRF는 소비자들이 향후 *관세 인상*에 대비해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경향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소비 속도는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NRF의 매슈 셰이 회장은 "소비 지출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지만, 소비 패턴은 점점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용시장 등 소비 기초 여건은 아직 견고하지만, 향후 가격 상승 우려가 살아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부 지출 항목을 보면, 디지털 콘텐츠(게임, 전자책 등)는 전년 대비 28%로 급증했다. 운동·레저 용품도 8.2% 증가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건축자재와 원예 관련 판매는 1년 새 7.3% 줄어들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또한 5월 소매 판매 공식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심리는 개선되고 있는 조짐도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6월에 전월 대비 16% 급등하며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다만, 여전히 장기 평균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변화는 *백악관의 관세 정책 기조 완화*가 일부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행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45%의 고율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과 함께, 미국은 7월부터 예정된 추가 관세를 유예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가 숨을 돌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중국 무역 협상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세율을 현행 수준에서 동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의류 브랜드 J.질(JILL)과 옥스퍼드 인더스트리(OXM) 등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양태가 조심스러워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옥스퍼드 인더스트리의 토마스 찹 CEO는 "가격을 부추기는 관세 영향이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스낵 브랜드 우츠 브랜즈(UTZ)의 CEO 하워드 프리드먼은 팬데믹 이후 지속된 고물가 상황을 언급하며 "소비자들이 당분간 지출을 완화하려는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5월 소매 판매는 증가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의 구매 전략이 바뀌고 있으며, 이는 향후 경기 속도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불안과 관세 정책에 따라 소비자의 태도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지는 하반기 미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