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쿠폰, '나눔' 바람 불며 지역 공동체 따뜻하게 만들다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배포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예상과 달리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쿠폰을 개인 소비에 쓰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지역 전체에 긍정적 분위기를 퍼뜨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21일부터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소비를 촉진하고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 1인당 15만 원에서 최대 40만 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현장에서는 이 돈을 나보다 더 필요한 이들을 위해 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직장인 유오균 씨가 자신이 받은 18만 원 상당의 쿠폰을 지역 소방관들을 격려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이디야커피에서 커피 50잔을 구매해 춘천소방서와 인근 119안전센터에 전달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디야 점주와 본사도 나서면서 총 100잔의 커피와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기부됐다. 유 씨는 이 상품권조차 다시 소방관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밝혀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비슷한 사례는 여럿 더 있다. IT업체 대표 권인전 씨는 자신의 쿠폰 15만 원을 노인복지기관에 기부했다. 병상에 계신 친할머니를 떠올리며 간병을 받기 힘든 독거노인을 위해 써야 한다는 마음이 동기가 됐다. 오산의 간호사 송태헌 씨는 암 투병 중인 아내와 함께 받은 쿠폰 30만 원으로 생필품을 마련해 인근 보육원에 전달했고, “지금 이 에너지가 좋은 영향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이지예 씨는 돌아가신 호국영웅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전쟁참전용사 지원 재단에 기부했고, 대전에서는 한 보드게임카페 운영자가 쿠폰 18만 원에 사비 13만 원을 더해 정신장애인 시설에 생필품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부산과 수원 등 전국 각지에서 익명의 시민들이 자신이 받은 소비쿠폰을 재난 피해 주민이나 구조활동에 도움을 준 기관에 감사의 마음으로 사용하면서 ‘개인 소비’ 대신 ‘공공 나눔’으로 쓰이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일 기준으로 밝힌 수치에 따르면 전체 지급 대상자의 95.2%인 4천818만 명이 신청을 완료했고, 총 8조7천232억 원이 배포됐다. 이는 민간 소비 회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실생활에서 빠르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단순한 지출이 사회적 연대를 촉진하는 기제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소비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소비 진작을 넘어 지역 공동체 회복과 사회적 연대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정책 설계 시 단기간의 경제 효과뿐 아니라 사회적 파급력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