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을 본격화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2026년부터 시범운항에 돌입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로 열리고 있는 새로운 물류통로를 선점하기 위해 정책·인프라·산업 기반을 동시에 추진하며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2025년 8월 5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극항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년부터 시범운항에 착수하고 이를 전담할 조직을 올해 말까지 정부 내에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극항로가 2027년 또는 늦어도 2030년부터 연중 운항이 가능하다는 전망과 함께, 예상보다 빠르게 개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극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해빙(海氷) 면적이 급감하면서 열린 새로운 해상물류 경로로, 기존 수에즈운하보다 항해 거리를 최대 40%나 줄일 수 있어 물류비 절감이 기대된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이 항로 확보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장관은 미국이 쇄빙선 15척을 구매하기로 했고, 러시아는 2035년까지 약 39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북극 연장선인 '빙상 실크로드'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까지 북극항로를 35회 운항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늦은 편이며,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고도 언급했다.
북극항로 활성화의 중심지는 부산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장관은 부산이 중국의 대표 항만인 상하이와 경쟁 구도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역학상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부산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북극성 프로젝트'로 명명하며, 해수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과 주요 해운사 본사의 동반 이전 계획도 내비쳤다. 이를 통해 부산·울산·경남에서 포항 영일만까지 잇는 북극항로 경제권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 기반 확장을 위한 정책 과제도 병행된다. 전 장관은 해사법원 설치와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을 부산 내에서 동시에 추진하고, 관련 정책금융 기능은 기존 은행보다 규제가 적은 공사 형태가 적합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어 그는 화물 해운사 외에도 팬오션,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 등 민간 선사들의 부산 이전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민영화 방향에 대해서는 당분간 매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2023년 추진된 매각 당시보다 시장 여건이 악화됐다는 점과 HMM의 규모가 커진 만큼 인수 가능한 기업이 드물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그는 무리한 매각은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흐름은 날씨와 국제 정세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새로운 글로벌 물류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한국 해운산업은 다가올 북극항로 시대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